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은 1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아차 유럽총괄본부 신사옥 준공식에서 디자인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아차는 지난해 7월 세계적 디자이너 페터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디자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유럽시장에서 ‘기아만의 디자인’을 길러낼 유럽총괄본부 준공, 200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슈라이어 부사장이 주도한 기아차 콘셉트카 ‘키(Kee)’ 발표 등은 최근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에 가속이 붙었다는 청신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디자인 경영의 과실(果實)을 얻기까지는 앞으로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들은 기아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회사 조직원이 모두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아 디자인의 정체성은 한 전문가가 ‘뚝딱’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가 공유해야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근 홍익대 디자인학부(자동차 디자인 전공) 교수는 “지금은 디자인이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제품의 전략으로 활용되는 시대”라며 “임원에서 실무자까지 디자인 정체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한번의 실수가 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와의 명확한 차별화도 디자인 경영 성공을 위한 과제다. 기아차는 현대차와 이름과 모양만 다를 뿐 사실상 차종은 똑같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푸조-시트로앵 기업’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한 가족이 된 두 기업은 각각 독특한 정체성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각자 독자적인 디자인을 추구해 유럽시장에서 서로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다.
렉서스는 일본적 요소를 차에 잘 반영해 세계적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기아차도 한국적인 차로 세계적 경쟁력에 승부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런 부단한 노력을 바탕으로 기아차가 입맛 까다로운 세계 소비자에게서 ‘디자인’으로 사랑받는 회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조은아 경제부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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