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부자(富者) 됩시다.”
17일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특이한 명칭의 학술모임이 창립총회를 열었다. 바로 ‘부자학(富者學) 연구학회’다. 이날 모임에는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장,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등 학계와 재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자가 되는 비법, 부자로 사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부자학 연구학회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학술단체다. 학회장을 맡은 한동철(경영학) 서울여대 교수는 “반(反)부자 정서를 완화하고 존경스러운 부자상(像)을 만들어 나가는 게 학회의 목표”라고 소개했다.》
○ 존경받는 부자모델 정립이 목표
한 교수는 2004년부터 서울여대에서 ‘부자학 개론’이라는 강의를 하고 있는 부자학 전문가.
고교 동창인 BC카드의 고객서비스담당 이문재 상무가 ‘부자∼되세요’라는 광고 카피로 성공을 거둔 것을 보고 부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자도 모르는 부자학 개론’ ‘부자로 가는 스쿨버스’ 등 부자에 관한 교재를 저술하며 학생들을 가르쳐 온 한 교수는 “부자학의 이론 기반을 닦고 도덕적으로 인정받는 부자모델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학회를 만들었다”며 “2012년쯤 세계부자학연구학회를 창립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자학 연구학회는 부자 관련 논문 발표와 토론회, 부자와의 만남 추진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 금융자산 10억 이상 9만9000명
모두가 부자를 꿈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자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컨설팅회사 캡제미니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부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고액 순자산 보유자’는 예금 주식 등을 포함한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
이 기준을 따른다면 한국에는 부자가 약 9만9000명(지난해 기준) 있다.
최근 유통업계와 은행권에서는 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VIP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이 “고객 상위 2%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들은 소비의 주력이자 핵심이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다 부자일까. 이 부분에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삼성증권 정복기 PB(프라이빗뱅킹)연구소장은 “부자학 연구학회는 우선 부자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에 대한 연구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마음이 부자냐, 물질이 부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 시대와 국가에 따라서도 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여대 설문조사에서 ‘부자가 존경받아야 할 대상이냐’는 질문에 ‘동의한다’(33%)는 응답보다 ‘동의하지 않는다’(40%)는 응답이 약간 더 많았다. 묘한 이중성을 엿볼 수 있다.
한 교수는 “부자를 부패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TV 드라마의 영향이 큰 데다 남이 잘 되면 시기하는 심리도 부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저해하고 있다”며 “반(反)부자 정서를 완화하는 것도 학회 출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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