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기자의 보험이야기]손해율높다고 보험료 올리더니…

  • 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15분


손해율 높다고 보험료 올리더니 손해율 떨어지자 입 다문 손보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손해보험회사에 매우 중요한 지표다. 이는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액의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보험사로선 손해가 커진다.

그래서 손해보험회사들은 보험료를 올릴 때 손해율을 부각시키려 애쓴다.

올해 초 차 보험료를 5% 안팎 올릴 때도 그랬다. 손해율이 80%를 웃돌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손보사들이 차 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보고 있어 사업하기 힘들다는 ‘위기론’도 대두됐다. 소비자 반발이 컸지만 보험료 인상의 당위성만큼은 인정받을 수 있었다.

상황은 최근 들어 급변했다. 차 보험 손해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8월 손해율은 75%로 지난해 같은 달(81%)보다 6%포인트 감소했다. 4월 이후 손해율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1∼7.6%포인트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보험료 수입이 많아진 게 주요 원인이지만 대형 교통사고와 보험사기가 줄어드는 등 보험료 이외의 요인도 손해율 하락에 일조했다.

손해율 하락에 따라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상위 5대 손보사들의 4∼7월 당기 순이익은 4000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3000억 원 이상 적자를 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보험료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없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과거 손보사들의 과당 경쟁 탓에 보험료를 거의 올리지 못한 만큼 최근 보험료 수준도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또 “보험료에 관한 한 손보사들은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며 경쟁에 의한 보험료 조정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시사했다.

소비자들은 이런 설명에 이해가 갈까.

손해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보험료가 대당 60만 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올해 들어 보험료가 5%가량 올랐으니 지금은 보험료가 대당 63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감당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연초 손보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일제히 보험료를 인상했다. 손보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크게 줄어든 지금 소비자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보험료가 자율적으로 하향 조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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