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19일자 A2면(일부 지역 A1면) 참조
▶국민임대주택… 건교부 정책 실패 사실상 자인
특히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건교부가 이번 보고서에서 국고 낭비에 대한 책임론까지 대두될 수 있다고 명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주먹구구식 건립 계획으로 인한 재정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건교부는 자신들이 작성해 국회의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내부보고서에서 문제점을 적시해 놓고도 보고서 내용이 보도되자 “국민임대주택 정책은 가장 성공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등 파문을 줄이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 무리한 목표치 채우기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국민임대주택 미임대가 급증하는 것은 ‘목표량 채우기에 급급한 정부의 정책 집행’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적정량의 국민임대주택을 탄력적으로 공급하기보다는 ‘10년간 100만 채 건립’이라는 목표 달성에만 매달려 미임대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건교부 보고서도 이 같은 지적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일부 지방은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인구가 줄고 있고, 주택보급률이 높아 유효 수요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무리하게 국민임대주택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원 삼척시는 주택보급률이 146%에 이르고, 최근 3년간 인구가 5.6% 줄었다. 이 때문에 2005년 9월 이곳에 분양한 국민임대주택 503채 가운데 3월 말 현재 329채(65%)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이 보고서는 또 국민임대주택용 택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시행 중인 ‘국민임대주택 용지 의무공급비율’ 방안이 거꾸로 미임대를 발생시키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지역에도 일반택지지구 등에서 국민임대주택용 택지가 기계적으로 공급돼 미임대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건교부가 확보 중인 택지까지 감안한 결과 작년 말 현재 충남은 계획량(1만300채)의 약 3.4배에 이르는 3만4662채가 건립되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행정도시에 들어설 국민임대주택 6만5000채를 뺀 것이어서 이를 반영하면 공급 초과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 보고서는 특히 “건설 목표 100만 채 가운데 77만5000채의 건설 위치가 이미 결정돼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요가 없는 지방에도 상당량의 국민임대주택이 계속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건교부의 이중적인 행태
이 보고서는 5월에 작성됐다. 따라서 건교부가 당시에 이미 지방의 미임대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하지만 건교부는 본보가 7월 지방의 미임대 급증 실태를 현지 취재해 보도하자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건교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현재의 미임대는 단시일 안에 해결이 곤란하다”고 밝히고 있는데도 당시 해명자료에서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미임대는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부적으론 정책 실패를 사실상 시인하면서도 대외적으론 발뺌을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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