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R&D 투자’ 철철 넘친다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단 1%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에 ‘연구개발(R&D) 투자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를 제외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른바 ‘R&D의 불모지’로 불려 왔다.

이들은 원천기술이 필요한 쇳물을 직접 생산하는 게 아니라 일관제철소로부터 열연제품 등 중간재를 받아 재가공하기 때문에, 신기술 개발보다는 기존 설비와 관련한 조업기술을 유지하는 전략을 펴왔다.》

실제로 이들 후(後)가공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품질의 약 70%는 중간재가 좌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등 신생 철강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30%의 차별성’을 위해 R&D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 이제 ‘찍어 내는 기술’만으로는 안 된다

조선용 후판과 철근 등을 전문 생산하는 동국제강은 경북 포항시에 45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 전략제품 개발을 위한 ‘중앙기술연구소’를 설립한다고 19일 밝혔다.

포항시 대송면 5만3600m²(약 1만6000평)의 터에 들어서는 이 연구소는 이 회사의 차기 주력제품인 온라인정밀제어압연후판(TMCP) 등 고강도 제품을 집중 개발할 예정이다.

또 이 연구소가 2009년 상반기(1∼6월)에 완공되면 포항, 인천, 부산 등 사업장별로 분산돼 있던 동국제강의 석박사급 연구인력 150여 명을 한데 모아 연구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한 해 순이익의 4분의 1에 이르는 금액”이라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제 새로운 기술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현대제철은 올해 2월 충남 당진군의 현대제철 공장에 현대하이스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범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들의 합동 연구센터인 ‘현대제철연구소’를 가동했다.

2010년부터 쇳물을 생산할 예정인 당진일관제철소가 최적의 조건에서 가동될 수 있도록 선행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실제로 총 830억 원을 투자해 지은 이 연구소에는 일관제철 공정을 그대로 축소한 모사설비와 대당 10억 원을 웃도는 투과전자현미경(TEM) 등 각종 첨단 연구 설비를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연구소에는 철강 제조업체와 수요업체 연구원들이 한곳에 모여 있어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 더 아름다운 쇠를 만들기 위해

동부제강 유니온스틸 같은 국내 냉연업체들은 전문디자이너를 사내 기술연구소에 배치하는 등 ‘패션 R&D’에 주목하고 있다.

가전업체나 건축업체 등 수요업체들이 ‘철같이 단단하면서도 섬유처럼 매끄럽고 화려한’ 제품을 요구하면서 디자인 개발에 나선 것이다.

컬러강판을 주로 생산한 동부제강은 최근 철강업계 최초로 디자인 개발팀을 신설하고 4명의 전문디자이너를 영입해 ‘철강의 패션화’에 앞장서고 있다.

유니온스틸도 최근 디자이너를 영입해 ‘유니베스크’(중국 당나라 문양을 현대적 감각에 맞춰 다시 디자인해 엠보싱 기법으로 프린팅한 컬러강판)라는 ‘섬유 같은 철’을 개발하기도 했다.

동부제강 관계자는 “중국 등 경쟁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 가격에 주목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국내 냉연업체들은 디자인 R&D로 맞서고 있다”면서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옛말이 투박한 철강업계에서도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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