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외부 ‘제3의 권력 실세’ 개입했나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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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곤 씨, 검찰조사도 돌연 거부

국세청 외부의 ‘제3의 권력실세’가 배후로 개입한 것인가.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지난해 7, 8월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소개로 정상곤(사진)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만나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인 과정에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독특한 뇌물 사건=통상의 뇌물사건 수사에선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다. 일단 자백만 받아내면 용처 수사는 대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특별수사에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검찰이 뇌물 제공 및 수수와 관련한 진술과 시인은 일찌감치 받아내고도 용처 수사에서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9일 정 전 청장을 구속하며 그가 받은 돈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대가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전 청장은 구속 이후 이를 줄기차게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돈의 용처에도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특히 본보가 전군표 국세청장이 검찰에 용처 수사 중단 요청을 했다고 보도한 19일 정 전 청장은 검찰 조사를 거부했다. 검찰 조사에 응하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것이다. 지난해 8월 26일 김 씨가 정 전 청장과 만난 식사 자리에 정 전 비서관이 동석한 것과 정 전 비서관이 뇌물이 건네지기 직전 자리를 뜬 것도 여전히 아리송한 대목이다.

정 전 청장과 그의 주변에서 돈의 행방과 관련한 묘한 발언이 흘러나오면서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정 전 청장 주변에서 “배달사고가 있었다” “돈의 행방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할 말”이라는 등의 언급이 잇따르는 것은 그가 돈의 용처 수사와 관련해 누군가에게 표하는 섭섭함이거나 민감한 메시지가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제3의 배후?=전 국세청장의 수사 중단 요청도 반드시 국세청 내부 인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정 전 청장은 최근까지 두 차례 인사에서 1급 승진, 또는 주요 보직으로의 이동을 희망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 보면 정 전 청장이 받은 돈과 전 국세청장은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국세청 간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또 다른 ‘권력 실세’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국세청장의 수사 중단 요청이 부적절하다는 점은 검찰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세무조사 무마에 연루됐거나 국세청의 또 다른 고위간부가 연루됐다면 전 국세청장이 검찰에 그런 요청을 직접 하기는 힘들 것으로 검찰은 본다.

그렇다면 김 씨와 정 전 비서관, 정 전 청장을 이어주는 다른 연결고리는 과연 누구이며 정 전 청장이 용처에 대해 계속 함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이날 “김 씨 측에 C 씨가 고문으로 있으면서 로비를 다 하고 그 뒤에는 다른 몸통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전 국세청장이 검찰 수사팀에 정 전 청장 관련 1억 원 뇌물의 용처를 더 수사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은 바로 뒤에 몸통이 있다는 것을 명백히 입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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