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부산청장의 뇌물 수수 사건이 국세청 조직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전 청장의 요청 배경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전 청장이 국세청의 수장(首長)으로서 수사를 조기에 끝내 달라는 부탁을 한 게 일부 와전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 전 부산청장이 받은 1억 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국세청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다만 최소한 전 청장이 정 전 부산청장에게서 뇌물의 일부를 ‘상납’받았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국세청 내부의 대체적 기류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정 전 부산청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4월 인사에서 1급인 서울청장이나 중부청장으로의 승진, 또는 국장급 가운데 좀 더 영향력 있는 보직으로의 이동을 강력히 희망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상대적으로 한직인 부동산납세관리국장으로 옮겨갔다”며 “인사권자인 전 청장이 만약 정 전 부산청장과 금전적 측면에서 연루됐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 간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외부 권력층이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건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한편 국세청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국세청장이 검찰 수사 중단을 요청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용처 수사 중단 요청’ 사실을 부인했다.
국세청은 이 자료에서 “(전 청장은) 12일 압수수색 시 면담 검사에게 이번 일로 국세청이 쌓아온 신뢰가 훼손된 것과 정 전 부산청장이 30년간 쌓아온 명예가 실추된 것이 안타까워 이번 사건 수사가 조기에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 전 부산청장이 구속되기 전날인 지난달 8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전 청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에 대해서는 “부하 직원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8일에는 전 국세청장에게 “별일이 아니다”라고 보고했으며 9일엔 국세청 차장을 통해 “조직에 누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한 게 전부라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 청장이 조직원의 동요와 사기 저하를 막기 위해 수사를 가급적 빨리 끝내 달라고 검찰에 당부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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