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 2차장 이례적 하루 두차례 기자간담회

  • 입력 2007년 9월 20일 03시 00분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 씨와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등의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 19일 부산지검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 씨와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등의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지검. 19일 부산지검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오전엔 “서면 보고서는 없었다”

저녁땐 “보고서 작성 오후 확인”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은 19일 본보의 ‘국세청장, 정상곤 1억 원 용처 수사 중지 요청’ 보도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두 차례 기자간담회를 했다.

오전 간담회에서 정 차장은 “전군표 국세청장에게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자료 제출에 관한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전 국세청장이 검사에게 용처 수사에 관해 가볍게 관심을 표한 정도라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였고 서면 보고서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차장은 오후 6시경 다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담당 검사가 이 내용을 특수부장을 통해 지검장에게 구두 보고한 뒤 업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오후에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담당 검사로서는 나름대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원래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 특이하니까 구두로 보고하고 메모하고 글을 써놓았을 것”이라며 “(전 국세청장의 말에 수사) 중지의 취지가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 국세청장에게서 들은 용처 수사 중지 요청에 대해 담당 검사는 자신의 수첩에 ‘1억 원 용처’라는 말만 메모했다고 정 차장은 밝혔다.

이날 부산지검이 확인한 보고서에는 전 국세청장이 용처 수사 중단을 요청한 내용이 인용 처리된 문장으로 명시돼 있다.

국세청은 이날 “사건이 조기에 수사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야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정 전 청장이 전 국세청장에게 전화를 건 것에 대해서도 “2차례 통화는 사실이 아니며 구속 당일(9일)은 국세청 차장을 통해 ‘조직에 누를 끼쳐 미안하다’고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통신 조회 결과 정 전 청장은 국세청의 해명과는 달리 9일 전 국세청장의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두 차례 기자간담회 등에서 이뤄진 정 차장과의 일문일답.

―전 국세청장이 검찰에 정 전 청장이 받은 1억 원의 용처 수사와 관련해 이를 중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데….

“국세청 압수수색에 대한 국세청장의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전 국세청장이) 용처 수사에 대해 가볍게 물어 본 정도이다.”

―‘가볍게’라는 말의 의미는….

“진지한 게 아니고 지나치는 말 끝에 가볍게 언급했다는 정도이다.”

―김태현 검사장에게도 보고했나?

“그렇다, 검사장께서 보고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문서로 한 것은 아니다.”

―보고서 양식을 따로 만들지 않았나?

“그렇다”

―동아일보는 (전 국세청장의 말을 기록한) 메모가 있다고 보도했다.

“메모는 없다. (압수수색에 갔던) 검사의 수첩에는 있는 것 같다.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메모 형식이든 보고서 형식이든 (상부에) 보고한 적은 없다.”

―오전에는 보고서가 없다고 했는데….

“보고서는 담당 검사가 개인적으로 작성해 보관한 것이다. 나도 그것을 오늘 처음 봤다. 보고를 할 때에도 보고서로 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 다 구두로 보고했다. 보고서 존재 사실은 나도 오후 3, 4시경 처음 알았다.”

―(담당 검사가) 왜 오후 3, 4시에 보고서를 가져왔나.

“그 보고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서 확인했다.”

―담당 검사의 메모 경위는….

“12일 국세청을 방문한 담당 검사가 국세청장실에서 전 국세청장과 차를 한 잔 했다. 물론 면담을 하러 간 것이 아니라 자료를 구하러 간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 국세청장이 ‘(국세청) 조직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수사가 빨리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했다. 담당 검사는 국세청장 앞에서 메모를 했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메모는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담당 검사가 가지 않아도 되는 자리였다. 담당 검사가 보고를 할 때에도 보고의 주된 내용은 제출받은 자료가 별 것 없다는 것이었다. 전 국세청장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인쇄해서 자기 메모지(수첩)를 복사해 붙여서 개인 도장 찍어서 보관했다.”

―오전 기자간담회 때는 담당 검사가 검사장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했는데….

“부장이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가 잘못 알았던 것이다.”

―기자간담회를 다시 하게 된 이유는….

“오전 기자간담회 때 내가 ‘국세청장이 가볍게 관심 표명하면서 용처 수사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동아일보 보도 내용이) 석간신문 사설로도 다뤄지고 해서 다시 말씀드리게 됐다.”

―보고서는 수사 기록에 편철하기 위한 것 아닌가.

“그건 아니다.”

―담당 검사가 사후에 문제 될까봐 보관하고 있었나.

“그렇다.”

―김태현 지검장에게도 보고했나.

“수사 검사는 특수부장을 통해 구두로 지검장에게 보고했고 보고서가 있었다는 것은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오늘(19일) 알게 됐다.”

―정 전 비서관이 건설업자 김상진 씨로부터 받은 액수는?

“언론의 보도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천만 원 정도로 하자.”

―떡값 명목인가?

“떡값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떡값으로 보기는 그렇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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