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를로스 코데일로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회장이 한국 금융계에 던진 말이다.
최근 국내 각 증권사와 은행들은 한국형 IB를 꿈꾸며 조직 확대와 엘리트 금융인력에 대한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조필호(44) 우리은행 인수투자팀 부장과 김상수(41) 산업은행 퀀트팀장 등 국내 은행권의 IB 전문가 두 명을 만나 ‘한국형 IB의 갈 길’에 대해 들어 봤다.
○사람을 키워라
조 부장은 지난해 6월 우리은행에 스카우트될 때까지 ‘상사(商社)맨’이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줄곧 해외투자 업무를 맡았다.
그는 1995년 카자흐스탄 제련회사인 ‘카작 무스’에 대한 삼성물산의 인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인수합병(M&A)의 위력을 깨달았다. 삼성물산은 이 해외투자 덕분에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의 한국기업이 겪던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삼성물산 홍콩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M&A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지난해 우리은행으로 옮긴 후에는 한진그룹이 에쓰오일이 보유한 자사주 2조4000억 원어치를 사들이는 데 조언하기도 했다.
“은행의 M&A 전문가는 경영자문을 통해 기업의 성장전략을 구축하기 때문에 기업과 철저한 파트너십을 이뤄야 합니다.”
삼성물산 재직 때보다 성과급이 훨씬 많아졌다는 조 부장은 “1980년대에는 삼성물산에 처지던 삼성전자가 지극 정성으로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양성해 초일류가 됐다”며 “은행도 단기 업적주의에서 벗어나 IB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조직 개편으로 5개 팀 160명의 국내 최대 IB 조직을 갖췄다.
○퀀트의 세계, 이젠 사람도 장비도 국산화돼야
파생상품은 주가 금리 등 기초자산을 첨단 금융기법으로 섞어 만드는 ‘퓨전’ 금융상품. 이 때문에 김 팀장이 이끄는 퀀트팀은 포항공대 수학과 박사,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공학 석사 등 7명의 석·박사 인력으로 구성됐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영국 리딩대 재무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팀장은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파생상품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외국 은행이 만든 것을 가져다 팔았다”면서 “산은은 올해 말쯤 ‘메이드 인 코리아’ 파생상품을 처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나 원-달러 환율 등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는 기초자산에서 일단 헤게모니를 잡아야 쟁쟁한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는 “현재 국내 파생상품 장비는 100% 수입에 의존해 외국 업체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파생상품 금융시스템의 국산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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