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 투자은행 되려면 인재에 투자를”

  • 입력 2007년 9월 27일 02시 59분


“또 다른 ‘골드만삭스’가 되려 하지 말고 한국형 투자은행(IB)을 만들어라.”

최근 카를로스 코데일로 골드만삭스 아시아 부회장이 한국 금융계에 던진 말이다.

최근 국내 각 증권사와 은행들은 한국형 IB를 꿈꾸며 조직 확대와 엘리트 금융인력에 대한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조필호(44) 우리은행 인수투자팀 부장과 김상수(41) 산업은행 퀀트팀장 등 국내 은행권의 IB 전문가 두 명을 만나 ‘한국형 IB의 갈 길’에 대해 들어 봤다.

○사람을 키워라

조 부장은 지난해 6월 우리은행에 스카우트될 때까지 ‘상사(商社)맨’이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1989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줄곧 해외투자 업무를 맡았다.

그는 1995년 카자흐스탄 제련회사인 ‘카작 무스’에 대한 삼성물산의 인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인수합병(M&A)의 위력을 깨달았다. 삼성물산은 이 해외투자 덕분에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의 한국기업이 겪던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삼성물산 홍콩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M&A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고, 지난해 우리은행으로 옮긴 후에는 한진그룹이 에쓰오일이 보유한 자사주 2조4000억 원어치를 사들이는 데 조언하기도 했다.

“은행의 M&A 전문가는 경영자문을 통해 기업의 성장전략을 구축하기 때문에 기업과 철저한 파트너십을 이뤄야 합니다.”

삼성물산 재직 때보다 성과급이 훨씬 많아졌다는 조 부장은 “1980년대에는 삼성물산에 처지던 삼성전자가 지극 정성으로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양성해 초일류가 됐다”며 “은행도 단기 업적주의에서 벗어나 IB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조직 개편으로 5개 팀 160명의 국내 최대 IB 조직을 갖췄다.

○퀀트의 세계, 이젠 사람도 장비도 국산화돼야

산은은 올해 2월 국내 처음으로 ‘퀀트팀’이란 조직을 신설했다. 퀀트는 ‘수량에 관한’을 의미하는 ‘퀀티테이티브(quantitative)’에서 나온 말로 수학적 모형을 만들어 파생상품의 수익구조를 결정하고 위험도를 조절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파생상품은 주가 금리 등 기초자산을 첨단 금융기법으로 섞어 만드는 ‘퓨전’ 금융상품. 이 때문에 김 팀장이 이끄는 퀀트팀은 포항공대 수학과 박사,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공학 석사 등 7명의 석·박사 인력으로 구성됐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영국 리딩대 재무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팀장은 “그동안 국내 은행들은 파생상품을 스스로 만들지 못하고 외국 은행이 만든 것을 가져다 팔았다”면서 “산은은 올해 말쯤 ‘메이드 인 코리아’ 파생상품을 처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나 원-달러 환율 등 국내에서 주로 거래되는 기초자산에서 일단 헤게모니를 잡아야 쟁쟁한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그는 “현재 국내 파생상품 장비는 100% 수입에 의존해 외국 업체가 ‘부르는 게 값’”이라며 “파생상품 금융시스템의 국산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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