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삼성그룹을 비롯해 올해 실적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일부 그룹에서는 분위기 쇄신 차원의 ‘물갈이 인사’ 가능성이 적지 않아 관련 임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기 정부의 성향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계획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말 대통령 선거 결과도 인사의 한 변수로 꼽힌다.
인사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는 그룹은 삼성이다.
삼성은 12월 1일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는다. 이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그동안 ‘제2의 창업’ 20년을 결산하면서 새롭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더구나 삼성은 2000년 초부터 대부분 계열사의 실적이 계속 좋아 5년 이상 장수한 최고경영자(CEO)가 적지 않아 그만큼 인사 요인이 쌓여 왔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기흥공장 정전사고까지 겹쳐 ‘최악의 한 해’로 불린다. 이 때문에 윤종용 부회장과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등 주요 경영자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중국과 미국 등 해외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인사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그동안 임원을 너무 자주 교체해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일단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유선통신업체와 이동통신업체 1위인 KT와 SK텔레콤은 임기가 6개월 남짓 남은 남중수 사장과 김신배 사장의 연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들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회사 창립 후(KT는 민영화 후) 첫 연임 CEO라는 영광을 안게 된다.
LG그룹은 최근 1, 2년 동안에 전자 화학 텔레콤 데이콤 생활건강 생명과학 등 대부분 계열사의 CEO 인사를 했기 때문에 후속 인사 요인은 크지 않은 편이다.
신동빈 부회장 체제가 비교적 굳어진 롯데그룹과, 2년 전 계열사 경영진이 대거 교체된 한화그룹도 주요 CEO 교체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다른 그룹에 비해 올해 ‘잘나간’ 일부 대기업 임원 인사도 관심이다.
포스코는 올 2월 이구택 회장과 주요 등기임원이 연임에 성공해 CEO급 인사 요인은 적다. 다만 주가가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등 성과가 두드러졌기 때문에 부사장 이하 임원들에 대한 일부 승진 인사가 점쳐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사정이 비슷하다.
‘오너 3세’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은 현재 직급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위상은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룹마다 약간씩 사정은 다르지만 최근 재계의 ‘내핍경영’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전반적인 임원 승진 폭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드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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