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보유외환을 관리 운용할 중국투자공사(CIC)가 지난달 29일 정식 출범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 1조33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국가로 CIC는 이 가운데 2000억 달러를 자본금으로 출발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富)를 바탕으로 뛰어난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는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정부투자회사 테마섹 홀딩스의 ‘중국판’인 셈이다.
출범식에서 러우지웨이(樓繼偉) CIC 이사장은 “해외 투자의 새로운 모델을 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CIC는 출범 전인 5월에 30억 달러를 들여 미국계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지분 약 10%를 사들여 세계 금융계의 주목을 받았다.
○ 국부펀드 영향력 확대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란 국가가 보유한 자산, 즉 보유외환과 국가 재정 잉여분의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조성된 펀드다.
‘나라 살림을 하고 남은 여윳돈을 어떻게 잘 굴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과거엔 각국이 미국 정부채권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해 왔으나 최근 고수익을 위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쥔 중동 산유국들이 국부펀드 운용에 적극적이고, 싱가포르에 이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도 뛰어들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국부펀드의 규모는 6월 말 현재 약 2조5000억 달러이며 1조5000억 달러로 추정되는 헤지펀드를 능가한다.
○ 외환보유액 안전이냐, 수익이냐
국부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금융계 일각에서는 한국도 외환보유액의 효율적인 운용을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8월 말 현재 2553억 달러로 주식이나 펀드 등 위험성 자산에는 투자하지 않고 대부분을 미국 정부채 등 채권으로 굴린다. 최근 2년간 매년 1조 원대의 적자를 낸 한국은행은 올해도 1조2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주원인이 바로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외환보유액의 환차손이다.
정부는 2005년 외환보유액 170억 달러 등 200억 달러의 투자재원으로 한국투자공사(KIC)를 출범시켰지만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원은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한국으로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외환보유액의 적극적인 운용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은 국가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도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운용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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