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1000개…세계 2위 규모- 퇴출 대상 수두룩

  • 입력 2007년 10월 1일 03시 01분


코스닥시장의 상장(上場) 기업 수가 처음으로 1000개를 넘어선다.

30일 현재 997개(뮤추얼펀드 1개 제외)인 코스닥 상장 기업은 1일 아이에스시테크놀로지, 네오티스, 미래나노텍, 상보 등 4개사가 상장되면서 1001개가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내실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상장사 수, 캐나다-영국 이어 세번째

코스닥시장은 1996년 7월 1일 343개사로 시작한 지 11년 3개월 만에 상장사가 약 3배로 늘어났다.

중소 및 벤처기업을 위한 증권시장 중 거래대금 규모로는 미국 나스닥에 이어 세계 2번째로 크며 상장사 수로는 캐나다 토론토(TSX 벤처 익스체인지)와 영국(AIM)에 이어 3번째다. 시가총액은 초기 8조6000억 원에서 올해 6월 100조 원을 넘어서 약 12배로 불어났다.

이 같은 발전에 힘입어 코스닥시장은 글로벌 기술주 시장 가운데 미국 나스닥을 제외하고 가장 성공한 사례라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벤처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재기를 시도할 때는 벤처 및 신흥 중소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 경제 회생에 기여했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혹독한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기술력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기업인들의 창업 의욕을 살린 것은 코스닥시장의 공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상위사와 하위사의 격차가 큰 점은 코스닥시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 개인은 물론 기관들의 선호도가 높은 NHN, 키움증권, 하나로텔레콤 등과 같은 우량 기업이 좀 더 늘어나야 시장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뿌리 깊은 모럴 해저드

보일러 송풍기 제조사였던 리타워텍은 2000년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최유신 씨가 우회상장 방식으로 인수합병하면서 연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한때 주가가 362만 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2003년 4월 감사의견 거절로 강제 퇴출되기 전에는 주가가 20원까지 폭락해 막대한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11년 동안 코스닥시장에서 상장이 폐지된 기업은 352개. 이 중 리타워텍처럼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강제 퇴출된 기업은 230곳에 이른다. 매년 약 21개사가 강제 퇴출된 셈이다.

하지만 곽성신 거래소 코스닥시장관리본부장은 “퇴출돼야 할 기업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말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리서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800∼900개 기업이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매출 및 영업이익, 순이익, 자본잠식 기준을 강화해야 하며 상장 폐지 기준에 대한 점검을 자주해 부실기업들이 연명할 수 있는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도 코스닥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코스닥시장에서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건수는 2003년 이후 303건에 이르며 횡령 및 배임 혐의 관련 공시 건수는 2005년 17건, 2006년 21건, 2007년 34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시장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3자 배정 유상증자 및 우회상장 여건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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