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원 선 붕괴 가능성은 아직 낮아
원-달러 환율이 10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원화 가치 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 때문이라는 것이 외환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도이체방크 임현욱 이사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이 진정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던 차에 곧바로 미국 금리 인하 결정이 나와 달러화 하락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달러화는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유로당 1.42달러에 거래를 마쳐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을 보였다.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 직후인 지난달 19일부터 1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 선에 바짝 다가선 것도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외환시장 일각에선 2일부터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감소하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앞당기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달러당 900 선이 붕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외환은행 강지영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인 달러화 매집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데다 외환당국이 900 선 붕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환율이 더 떨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달러당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삼성전자는 2000억 원, 현대자동차는 1200억 원, LG전자는 400억 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환 변동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더욱 심각한 형편이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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