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매물이 최근 빠르게 소진되면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매물 소진이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집주인은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달 21일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가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한 데다 대통령선거 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택시장을 끌어올릴 만한 확실한 재료가 없어 거래가 소폭 늘어나는 선에서 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다시 움직이나
조용했던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미묘한 움직임을 선도하는 것은 개포동 주공아파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동안 거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가 추석 직전 보름 동안만 7건의 매물이 팔렸다. 거래 금액도 급매물이 아니라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진 가격인 36∼56m²(11∼17평형)이 6억∼13억3000만 원 선이다.
강남구 개포동 미래공인 정준수 사장은 “가락시영아파트의 재건축에 속도가 붙고 있는 데다 강남구의 개포주공 용적률 조정안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술렁거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포주공 외에 잠실주공5단지, 둔촌 주공, 가락시영, 은마아파트 등 강남의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도 거래량 자체는 큰 차이가 없으나 향후 가격 상승을 기대해 급매물들이 소진되고 이미 나와 있는 매물도 회수되는 분위기다.
송파구 신천동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잠실주공5단지 34평형의 경우 12억 원 이하에 나온 매물은 거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며 “가격이 오르지는 않지만 약간의 호재(好材)만 있어도 즉각 움직일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1만 채에 가까운 개포주공에서 7채 정도만 거래됐다는 건 양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면서도 “재건축 아파트 특성상 조그만 변수가 생겨도 쉽게 가격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향후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값 뛰면 되레 재건축 규제 커질 듯”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의 중개인들은 일단 대선이 끝나기 전까지 가격 하락세는 멈출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가치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의 이덕원 사장은 “실제 차기 정권에서 용적률이 상향 조정되더라도 강남의 중층(10∼15층) 아파트의 경우 이미 가격에 반영돼 지금 구매하는 경우 투자가치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청약가점제 시행 이후 기존의 유주택자들은 청약을 통해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가능성이 크게 줄어 강남 재건축으로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또 악재로 거론돼 온 △대출 규제 △소형평형 의무비율 적용 △종합부동산세 등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어 10월부터 재건축 시장이 소폭 상승 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차기 정권의 재건축 규제 완화도 가격이 안정되어야만 가능하다”며 “예전처럼 가격이 급등하면 오히려 재건축 추진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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