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매출 1조 원 클럽’ 가입

  • 입력 2007년 10월 2일 03시 02분


잇단 M&A… 참치 명가서 식품 전문기업으로

“인수회사 정상화 뒤 지주사 전환 구체적 검토”

참치 명가(名家) 사조그룹이 신동방, 대림수산, 오양수산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매출 1조 원을 바라보는 식품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조산업을 주축으로 한 사조그룹 계열사 12곳(국내 10곳, 해외 2곳)의 지난해 매출은 8500억 원가량. 올해 6월 인수한 오양수산의 매출 1000억 원을 합쳐 올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 2조6504억 원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농심(1조5818억 원) △오리온(1조3822억 원) △동원그룹 식품사업부(1조3000억 원 추정) △대상(1조2628억 원)에 이어 식품전문기업으로 ‘매출 1조 원 클럽’에 포함된다.

특히 사조그룹은 그동안 각축을 벌였던 오양수산을 인수함으로써 동원그룹에 이어 수산물가공업계 내 2위 업체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오양수산 인수로 사조그룹은 원양어업 분야 시장점유율 19.2%를 차지해 현재 1위인 동원산업(18.4%)을 앞섰다. 게맛살 시장에서도 사조그룹 계열인 대림수산이 17.1%, 오양수산이 11.4%로 1위인 한성기업(28.0%)을 넘어선다. 젓갈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이 44%로 한성기업(약 50%)과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해표식용유’의 신동방(2004년)과 ‘대림선어묵’으로 잘 알려진 대림수산(2006년) 인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인수 때 100억 원의 적자를 내던 대림수산은 올 1분기(1∼3월) 80억 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올해 300억 원의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사조O&F로 이름을 바꾼 신동방도 올해 50억 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사조그룹의 거침없는 인수합병(M&A) 행보는 2000년 이후 시작됐다. 사조산업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수산물가공업에만 치중해서는 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해 냉장사업(맛살, 어묵)과 레저사업(골프장)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사조그룹은 2조 원가량의 부동산 자산을 바탕으로 사내 유보자금과 금융권 차입을 통해 M&A 시장에 나온 동서울CC, 신동방, 대림수산 등을 사들였다.

M&A호 조타수는 15, 16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2002년 경영 현장으로 복귀한 주진우(58) 사조그룹 회장. 주 회장은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중 1978년 부친 주인용 창업주의 별세로 29세 나이에 사조산업을 떠맡았다.

주 회장은 최근 본보 기자와 만나 “수산업 가공분야에서 맛살, 원양어업, 참치, 젓갈 등 일류 브랜드만 4개”라며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나라가 100개가 넘는다 한들 전 세계적으로 사조를 이길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1971년 1000t급 참치 어선 2척으로 시작해 현재 40척으로 늘었다”며 “사람 낚는 것(정치)보다 고기 낚는 것(경영)이 더 낫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주 사조산업 경영기획조정실장은 “우선 인수한 회사에 대한 구조조정과 정상화 작업을 마무리한 후에 지주사 전환 방법과 시기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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