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규제 완화라는 전 세계적인 조류에 우리가 동참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매년 전체적인 순위는 물론 분야별로도 국제교역 분야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순위가 하락하고 있다. 특히 고용 분야는 131위를 기록해 순위 하락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다.
연령차별 금지 등 기업에 부담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해 왔다. 그러나 일련의 정책을 보면 일자리 창출보다는 이미 창출된 일자리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정책을 더 중시하진 않았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경제계가 심히 우려한 비정규직 보호 입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추진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법, 채용부터 해고까지 고용의 모든 단계에서의 연령 차별 금지, 배우자 출산휴가제도 기업에 상당히 부담을 줄 새로운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내년도 고용 부문 순위는 더 하락하고 기업은 신규 고용의 많은 여력을 잃게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세계은행 보고서는 고용 관련 규제가 현재 직장을 가진 근로자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임금을 상승시키지만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고용과 관련해 경직적인 규제는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실업 기간을 연장시키며 회사 규모와 연구개발(R&D) 투자를 감소시킨다. 이는 생산성 증가를 억제해 결과적으로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 손해라는 주장이다. 마치 우리의 노동정책을 염두에 둔 충고처럼 들린다.
이 보고서는 또 여성을 위한 많은 고용 관련 규제가 오히려 여성의 직업을 불안정하게 하고 사회적 혜택이 적은 분야로 내모는 비생산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사례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 여성을 보호하려는 규제가 실제로는 일하려는 여성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설명이다.
고용 분야 기업환경 131위는 세계 최강의 강성 노조와 세계 최하위의 노사관계가 고려되지 않은 순위다. 채용과 해고의 어려움, 근로시간의 경직성에 한정된 평가에서조차 이런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세계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관계 경쟁력은 2002년 이후 5년 연속 비교 대상국 중 최하위를 기록해 국가경쟁력 제고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주한 외국인 투자 기업도 ‘노사관계 불안’과 ‘임금 등 비용 증가’를 대한(對韓) 투자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꼽는다. 주한 외국인은 전투적 노사관계와 잦은 파업이 한국의 대외 이미지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오기를 꺼린다는 말이다.
규제 풀어 노동환경 개선해야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의 기업환경을 경쟁국과 대등하거나 어떤 면에서는 더 유리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 특히 고용 관련 규제 완화와 노사관계 개선 등 노동시장 환경 개선은 기업이 대등한 국제 경쟁을 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한 미국은 고용 분야 기업환경이 세계 1위다. 어떻게 해야 최소한의 동일한 경쟁 조건을 만들 수 있는지 답은 분명하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라는 다짐이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실천돼 생산성 증가와 일자리 창출,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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