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하는 아버지는 환율 올라야 웃는대요
환율은 왜 계속 변하는 걸까요
■사례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권하(28)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연구소에 취직했으나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권하의 초기 유학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영어 실력은 부족했고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무엇보다 넉넉지 못한 경제적 사정이 권하를 힘들게 했다.
다행히 장학금도 받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권하는 부모님이 한국에서 송금해 주는 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매번 한국 원화로 일정한 금액을 송금해 주지만 그때그때의 환율에 따라 권하의 통장에 입금되는 미국 달러의 금액은 큰 차이가 났다. 예전에는 환율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었던 권하도 이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율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부모님과 통화를 할 때도 환율 문제는 항상 이야깃거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권하야, 다음 달에는 돈을 부쳐야 하는데 언제쯤 보낼까?”
“글쎄요, 요즘은 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걱정이네요. 환율이 조금만 올라도 제 통장에 입금되는 달러 금액이 전보다 많이 줄어들거든요. 다음 달 중순 이후에는 환율이 내려간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그때까지 좀 지켜보죠.”
“그럴까? 그래도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라. 그나저나 환율이 조금씩 오르니까 오히려 나는 좀 낫구나.”
권하의 아버지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한동안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조금씩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부품에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늘고 있다.
“권하야, 환율이 오르면 수출도 잘되고, 달러로 결제되는 금액을 원화로 바꾸면 그만큼 수익도 좋아져. 난 환율이 내려갈까 걱정이야.”
“다행이네요. 환율이 오르면 저 같은 유학생은 생활하기가 힘든데, 아버지는 오히려 낫다고 하시니…. 우산 장수와 아이스크림 장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렇지! 날씨가 좋으면 우산 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비가 오면 아이스크림 장수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처럼 환율이 올라가도 걱정, 내려가도 걱정이네. 허허.”
달러도 ‘상품’이라 그렇답니다
수요가 늘면 가치도 올라가죠
■이해
환율은 한 나라 화폐와 다른 나라 화폐의 교환 비율이다. 예를 들어 한국 원화와 미국 달러화의 교환 비율이 바로 한국과 미국의 환율이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1달러와 교환할 수 있는 원화의 크기, 즉 1달러의 원화 가격으로 나타낸다.
따라서 환율(정확히 ‘원화의 대달러 환율’)이 변한다는 것은 1달러의 원화 가격이 변한다는 말이다. 1달러가 1000원에서 1100원으로 오르면 환율이 인상되었다고 말하고, 반대로 1달러가 1000원에서 900원으로 떨어지면 환율이 인하되었다고 한다.
두 나라 사이에 환율이 정해지고 화폐의 교환이 이뤄지는 이유는 두 나라 사이에 재화와 서비스의 교역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권하는 미국의 교육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 달러화가 필요하며, 미국의 수입업자는 권하 아버지 회사에서 개발한 전자부품을 구입하기 위해 원화가 필요하다. 이렇게 두 나라 사이에 상대방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서로 간에 화폐의 교환이 이뤄져야 하며, 자연스럽게 교환 비율인 환율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환율이 오르면 권하와 같은 유학생은 불리해진다.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일 때 1000만 원을 송금하면 1만 달러가 입금되지만, 환율이 올라 달러당 1100원일 때 1000만 원을 보내면 910달러가 줄어든 9090달러가 입금된다.
반대로 권하 아버지와 같은 수출업자는 환율 인상을 반긴다. 부품 1개를 1달러에 수출한다면 환율 인상으로 개당 100원(=1100원―1000원)을 더 벌 수 있다. 만일 부품 1개를 1000원에 수출한다면, 환율 인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부품 가격이 1달러에서 약 0.91달러로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더 많이 팔 수 있다.
환율, 즉 1달러의 원화 가격이 변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상품의 가격이 변하는 이유와 같다. ‘1달러’라는 상품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환율이 오르고, 팔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환율이 내려간다.
마지막으로 간단한 문제를 풀어보자. 만일 여러분이 미국 여행을 떠난다면 환율이 높을 때 떠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환율이 낮을 때 떠나는 것이 좋을까.
박 형 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전공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