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펀드운용사들 “우물 밖으로”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14분


외국계 국내시장 잠식… 해외 진출로 새 활로 찾기



올해 들어 해외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해외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한국 펀드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토종’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해외펀드를 현지에서 직접 운용해 펀드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해외 진출에 나선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전략이다.

○ 외국계 대형사, 한국시장 본격 진출

9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올 1월 말 현재 40조2070억 원이던 외국계(외국계 지분 50% 이상) 자산운용사의 설정액은 지난달 말 66조1350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도 16.89%에서 24.44%로 높아졌다.

외국계 지분이 일부 포함된 자산운용사로 범위를 넓히면 9월 말 현재 설정액은 113조2360억 원, 시장점유율은 41.85%까지 올라간다. 한국 펀드 시장의 절반가량을 외국계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메리츠증권 박현철 펀드 애널리스트는 “중국, 남미 펀드를 중심으로 한 해외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 펀드를 주로 판매하는 외국계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대형 외국 자산운용사도 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이 7월부터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고, ING자산운용은 이달 1일자로 랜드마크자산운용을 합병하며 펀드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골드만삭스와 UBS도 올해 들어 각각 맥쿼리IMM과 대한투신운용을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 국내 업체, 해외서 펀드 직접 운용도

이에 맞서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은 12월에 홍콩 현지법인을 설립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삼성투신은 홍콩법인을 거점으로 내년 초 중국 증시에 직접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투신운용은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찌민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올 7월에는 홍콩 자산운용본부를 열었다. 회사 측은 “손자회사 설립을 금지하는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면 베트남사무소와 홍콩본부를 현지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양투신운용은 베트남 당국의 현지 사무소 설립 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설립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KTB자산운용과 마이다스에셋도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가장 활발하게 해외 사업을 벌이는 자산운용사로 꼽힌다. 싱가포르, 인도, 베트남, 영국 진출에 이어 현재 중국 상하이사무소 설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략기획본부 김정민 이사는 “올해 말부터는 해외에서 현지 투자자를 대상으로 미래에셋의 주력 펀드를 판매하는 방법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철 애널리스트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는 인력 확보와 비용 등의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해외펀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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