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기술… 대기업 참여 아쉽죠
반도체의 뒤를 이을 한국의 차세대 먹을거리는 무엇일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개인용 컴퓨터(PC)의 뒤를 이을 분야는 로봇 산업”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능형 로봇 개발을 차세대 10대 성장동력 산업에 포함시킬 만큼 관심이 많다. 우선 2020년 ‘1가구 1로봇’을 목표로 2016년까지 총 248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신경철(52) 유진로봇 대표와 조원태(51) 이노메탈이지로봇 대표는 로봇업계에서 ‘단짝’으로 통하는 친구 사이. 고등학교 동창으로 신 대표는 로봇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정통 엔지니어인 반면 조 대표는 다국적 물류회사 한국 법인 지사장을 지낸 경영자 출신이다.
최근 이들을 만나 국내 로봇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들어봤다.
―‘로봇은 ○○다’라고 정의한다면….
▽조 대표=로봇은 문화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 문화라는 형태로 뿌리를 내려야 로봇이 산업으로 형성될 수 있다. 휴대전화가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수단 외에 다양한 기능으로 활력을 주는 인생의 동반자로 인식되듯이 말이다.
▽신 대표=로봇은 인간 친화적인 기술의 집약체이다. 로봇의 어원은 ‘일’이다. 사람의 일을 도와주는 게 로봇이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 노동뿐 아니라 정서까지도 함께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로봇과 사람의 관계는….
▽신=로봇의 지능이 사람처럼 올라가려면 고밀도의 메모리, 바이오기술, 소프트웨어 등이 있어야 한다. 현재 기술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로봇은 지금 우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조=로봇은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기존 청소기에 자율 청소나 자동 충전 기능을 포함시키고, 현관 밖에 손님이 왔을 때 문 열어 주는 기능 등 인간이 필요한 기능을 추가하면 그게 바로 똑똑한 지능형 로봇이다.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신=로봇으로 돈을 벌겠다고 했으면 벌써 접었을 것이다. 우선 기술 개발과 산업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초창기 인력과 자금이 달려 힘들었지만 지금은 정부의 정책 지원이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조=엔지니어가 아니기 때문에 기술 인력들과 호흡을 맞추는 데에 1∼2년 걸렸다. 경영자 처지에서는 자금을 많이 투자하는데도 시장이 왜 이렇게 안 움직이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로봇 산업이 시장에 아직 침투를 하지 못한 게 문제인 것 같다.
―로봇 산업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신=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한국은 통신에서 강점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능이 로봇과 접목되면 폭발적인 수요를 낳을 것이다. 현재는 교육과 엔터테인먼트용이 주류를 이루지만 군사용, 경비용 등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조=30년 전 PC가 세상에 처음 나오고 나서, 가정으로 침투하는 데 7∼8년 걸렸다. 컴퓨터처럼 로봇도 집에 적어도 한 개씩 갖게 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
―로봇 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조=전기 전자 산업은 한국이 강했지만, 원천 기술은 선진국에서 들여왔다는 한계가 있다. 해당 산업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초창기 원천 기술이 필요하다. 단순한 기술이면 자금이 풍부한 곳에서 라이선스를 사서 제품을 생산하면 되지만, 다양한 기술의 집약체인 로봇 산업은 후발 국가가 따라잡는 게 쉽지 않다.
▽신=동의한다. 예컨대 중국제 청소로봇은 가격이 국산의 절반도 안 되지만 품질이 떨어져 수요가 적다. 지금은 제품보다도 기술 개발과 지적 수익권 확보에 치중하는 시대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로봇 특허를 계속 등록하고 있다. 산업이 성장했을 때 누가 기술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적어도 반세기를 내다보고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로봇 산업에 대한 정부나 대기업의 태도는 어떻게 보는가.
▽신=정부는 잘한다기보다 열심히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적극적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일부 정부 부처는 ‘로봇팀’을 따로 만들 정도다.
▽조=대기업의 참여가 저조하다. 지금 중소기업이 끙끙대면서 마케팅 고민을 하고 있는데, 시장 창출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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