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장이 됐을 무렵엔 사진이 단 2장이었는데 어느덧 저렇게 늘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빌딩 11층 금호타이어 접견실 벽 한쪽에는 액자 8개가 나란히 걸려 있다.
한국 중국 베트남 등에 설립됐거나 현재 공사 중인 금호타이어 해외 공장들의 사진이다.
최근 접견실에서 만난 오세철(60·사진) 금호타이어 사장에게는 사진이 걸린 이 넓은 벽도 비좁아 보였다. 해외 공장 증설로 생산 규모 늘리기, 튼튼한 영업망 갖추기, 끊임없는 연구개발(R&D) 등 세계 5위 업체를 향한 계획이 무궁무진했다.
○ 품질 향상, 생산량 증대로 세계 5위 승부할 것
“금호타이어는 수입 타이어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1조8138억 원의 매출을 올린 금호타이어는 세계 10위의 타이어 업체. 품질 개발, 해외 공장의 생산 증대, 모터스포츠 마케팅 등으로 세계 5위에 우뚝 서겠다는 의지가 남다르다.
오 사장은 “금호타이어는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까지 올랐을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는데도 수입타이어만 사용하는 국내 고객을 보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타이어의 품질을 보증하는 평가방법, 시험규범을 이미 개발한 상태”라며 “올해 말까지 포뮬러원(F1) 타이어 수준의 기술력을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는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기 위해 해외 공장 2개를 더 건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오 사장은 “기존 중국 공장 외에 중국에 공장 1개를 더 신설하고, 유럽 미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가운데 한 곳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가동되거나 준공을 앞둔 공장에서도 생산을 늘리면 내년 금호타이어의 해외 생산량이 국내 생산량을 처음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듯 글로벌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데도 금호타이어가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못한 데는 마케팅이 활발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 오 사장의 생각이다.
오 사장은 “현재보다 한 단계 위의 모터스포츠를 후원하고 프로골프, 바둑 등 다른 스포츠마케팅을 구상 중”이라며 “프로골퍼 등 ‘젊은 꿈나무’를 키워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 타이어를 닮은 부지런한 CEO
오 사장의 자신감은 솔선수범과 성실함에서 나온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달리는 타이어’가 연상됐다.
그는 “일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어 주말엔 집에 가만히 있지를 못 한다”고 털어놨다.
이런 그의 부지런함은 입사 초기부터 싹텄다.
사내에서 늘 영어시험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오 사장은 ‘순수한 한국파’. 그는 시내버스로 출퇴근하면서 이어폰을 꽂고 공부하고, 틈만 나면 영어 단어장을 펼쳤다고 회고했다.
주말마다 지방 공장에 내려가 노조원들을 찾는 것도 거르지 않는다.
오 사장은 “노사 문제는 마음을 여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며 “언제든 공장을 찾아 직원들이 질문하면 솔직히 답변하고 신뢰를 쌓으려 한다”고 했다.
그의 이런 ‘직원 사랑’은 올해로 3년째 무파업을 이끌어 낸 계기가 됐다고 한다.
오 사장은 “앞으로 금호타이어에 노사 문제란 없을 것”이라며 “노조도 세계를 무대로 한 경쟁에 뛰어든 회사를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오세철 사장은 △1974년 전남대 화학공학과 졸업 △1974년 금호타이어 입사 △1993년 전남대 고분자공학과 석사 학위 취득 △1994년 금호타이어 이사대우 △1995년 금호타이어 상무이사 △1996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장 △1996년 전남대 고분자공학과 박사 학위 취득 △1997년 금호타이어 연구·공장총괄 부사장 △2004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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