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난감 제조업체들이 ‘애국심 마케팅’에 적극 나서면서 인터넷에선 ‘미국 장난감’을 판매하는 별도 쇼핑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애국심 마케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세계화로 미국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이미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이키만 해도 미국 기업이지만 생산기지는 중국 등으로 대부분 옮겼다. 실제로 미국 백화점에서 주요 소비제품의 원산지를 확인해 보면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 미국에서 의류 생산은 56%나 감소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장난감의 90%가 중국산이다. 납 성분 등 파문이 이어져도 미국 소비자로선 중국산 장난감을 계속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은 성조기에 대한 애정에서 볼 수 있듯이 선진국 가운데 ‘애국주의’가 강한 국가로 분류되지만 소비에서 만큼은 ‘애국심 마케팅’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다.
자동차도 그렇다. 미국의 ‘빅 3’ 자동차 업체들도 일본 자동차의 공습이 본격화하자 ‘애국심 마케팅’을 강도 높게 펼쳤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보수적인 중부와 남부에선 미국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약간 높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도 이들 지역의 소비자들이 ‘빅3’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트럭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도 제너럴모터스(GM)가 ‘아메리칸 레벌루션’이라는 마케팅을 강도 높게 펼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쟁력이 있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제품은 이 같은 마케팅이 없어도 잘 나가가고 있다. 고가(高價)의 오토바이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할리데이비슨이 대표적이다. 구조조정을 계속하는 ‘빅3’와는 달리 이 회사는 계속 채용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결정은 애국심이 아니라 냉정한 실리적인 판단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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