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생산 활동을 하지 않는 지주회사의 주가가 왜 이렇게 높은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GE는 지주회사로서 식스시그마 활동을 주도해 그룹 전체로 확산시켰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전략적 집행자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5일 보고서를 통해 “지주회사가 계열사 지분의 합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전략적 집행자의 역할을 한다면 한국의 지주회사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주회사의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
강수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그동안 일반 사업회사에 비해 저평가됐던 지주회사 주가의 할인 요인들이 점차 해소되면서 재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업 활동으로 돈을 버는 사업회사의 투자 매력이 높다는 인식이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주식을 사게 되면 원치 않는 자회사의 주식까지 편입하게 되는 것도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였다.
최근 들어 증시에서 지주회사 주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지배구조가 개선돼 기업 투명성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 우려가 있는 데다,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그룹 전체로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는 이러한 순환출자 구조에 비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대우증권 강 연구원은 “지주회사는 특정 자회사의 실적이 나쁘더라도 실적이 좋은 다른 자회사의 보완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회사의 분리 매각이 용이해 사업의 진출과 퇴출이 유연하고, 지주회사가 각 자회사의 지분을 끌어올림으로써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1월 처음 출시된 지주회사 테마 펀드인 ‘CJ지주회사플러스 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렸고, 이 펀드는 6개월 수익률 61%의 좋은 실적을 거뒀다.
최근에는 LG가 태양광발전을 위한 자회사를 설립했는데 LG화학은 태양광 발전을 위한 모듈을, 실트론은 웨이퍼를 공급했고 LG CNS는 개발자로 참여했다.
우리투자증권 이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지주회사가 이처럼 GE와 같이 개별 회사의 역량을 모아 시너지 창출에 성공하는 모델을 보여주면 투자자들도 더 많은 지주회사 주식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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