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 설립과 운용에 관한 규정을 대폭 완화한 부동산투자회사법이 15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가 대형 리츠를 출범시키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미국의 GE캐피털이 대주주로 참여한 ‘K1구조조정리츠’를 운용해 온 한국토지신탁(한토신)이 내년 초 1조 원 규모의 리츠를 설립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김명섭 한토신 사장은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에 리츠 2개를 설립한다는 목표로 투자 대상 등을 찾고 있다”며 “그중 한 개는 자산 규모가 1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리츠는 2001년 도입됐지만 임대용 부동산으로 투자처가 제한된 데다 차입금도 자기자본의 2배까지만 끌어 모을 수 있어 ‘무늬만 리츠’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일반 시행사처럼 대규모 아파트나 상업시설을 직접 개발할 수 있게 된 데다 차입금 한도도 자기자본의 10배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공사의 자(子)회사인 한토신이 개발형 리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른 정지(整地)작업에 나선 것이다.
특히 한토신의 최고경영자(CEO)인 김 사장은 토공 신도시사업단장 등으로 있으면서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등을 조성하는 등 국내 최고의 ‘부동산 입지 전문가’로 불리고 있어 개발사업에서는 어떤 회사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김 사장은 “기존 리츠는 사무용 빌딩을 사서 임대수익을 배당하는 형태였지만 개발형 리츠는 토지를 매입해 건물을 지어 분양까지 할 수 있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소액 투자도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들도 시행사의 주주가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토신 내부적으로는 개발형 리츠가 최소 연 9%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사장은 “한토신은 개발신탁사업에 특화된 구조를 갖고 있는 데다 리츠 운용 경험도 풍부한 만큼 부동산 간접투자에서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리츠(REITs)
개인이나 금융회사들로 부터 사모(私募) 형태로 돈을 모으거나 증시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채권에 투자한 뒤 수익을 배분하는 일종의 뮤추얼펀드. 소액 투자자도 부동산 임대 수익이나 개발 이익에 따른 배당을 얻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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