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상선 분야에서 세계를 재패한 한국 조선업계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크루즈선 시장에도 진출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
STX그룹은 유럽지역의 여러 은행 등이 나눠 갖고 있던 아커야즈 지분 39.2%(4456만5360주)를 8억 달러(약 7360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고 23일 밝혔다.
STX 측은 “이번 아커야즈 인수는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라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를 둔 아커야즈는 핀란드, 프랑스, 독일, 브라질 등 8개국 18개 조선소에서 2만여 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조선사다.
지난해 매출은 48억 달러로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5위인 STX조선(17억4000만 달러)의 2.7배에 달해, 조선업계에서는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커야즈는 주력 사업인 크루즈선 분야에서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 조선소에 이어 세계 2위이며, 중·소형급 페리선 분야에서는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매출액에서 크루즈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44.1%이며, 나머지는 컨테이너선과 특수선박 등으로 이뤄져 있다.
크루즈선은 그동안 아커야즈를 비롯해 핀칸티에리, 독일 마이어베르프트 등 유럽의 3개 조선업체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
크루즈선은 최고의 고(高)부가가치 선박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분야. 국내 조선업계는 오랫동안 이 분야 시장 진출을 추진해 왔지만,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전히 사업 구상 단계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일본 조선업계도 대형 크루즈선 사업에 진출했다가 실패할 정도로 매우 까다로운 사업 분야여서, 이번 STX그룹의 M&A는 한국 조선사(史)에서 의미가 상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TX 측은 “지분 취득은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당장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