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경제]임금 올리면 생산성도 매출도 올라가죠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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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학교 졸업 후 취미와 소질을 살려 각자 자신의 중소 의류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콩쥐와 팥쥐 자매.

좋아진다던 경기는 1년 동안이나 나아질 줄 모르고 부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들이 경영하는 회사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자매가 오랫동안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둘의 성격만큼이나 대조적이었다.

콩쥐는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임금 값도 못하는 근로자가 몇 명 있는데, 이 기회에 알아서 회사를 떠나겠지’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만을 가진 근로자들이 속속 콩쥐의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콩쥐는 처음엔 기뻐했지만 사표를 낸 사람들의 이름을 본 순간 좋아할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기대와는 달리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닌가.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다른 곳에서 구한 사람들이다.

반면에 콩쥐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옮길 수 있는 직장이 없어 그냥 회사에 남아 있었다.

“이건 아니잖아!” 콩쥐의 한숨이 깊어졌다. 자연히 콩쥐 회사의 생산성은 떨어졌고 새로 디자인한 옷에는 어딘지 모르게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현명한 소비자들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마침내 콩쥐의 회사는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

팥쥐는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웠지만 오히려 임금을 소폭 올려 줬다.

임금 인상의 효과는 극적이었다. 근로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고 자신의 직장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충만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더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직장을 잃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한눈파는 근로자도 사라졌다. 자연히 생산성이 높아졌다.

또 유능한 사람들이 팥쥐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며 취업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팥쥐는 가만히 앉아서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었다.

팥쥐의 회사가 새 옷을 출시할 때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어머, 이 옷 봐. 뭔가 인간미 넘치는 숨결이 느껴져!”

팥쥐의 회사는 불경기 속에서도 경영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해>

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생산성이 낮은 사람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 이같이 생산성이 임금을 결정한다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갖고 있던 생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로 임금이 생산성에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금이 낮아지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임금이 높아지면 생산성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높은 임금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게 사실이라면 다른 곳보다 임금을 많이 주는 기업이 오히려 이윤을 많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에 따라 다른 회사보다 더 많이 주는 임금을 ‘효율성 임금’이라고 부른다.

헨리 포드는 1914년 포드자동차 근로자의 임금을 2배로 올렸다.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근로자의 생산성 증가 효과가 임금의 증가를 상쇄하고도 남아 포드자동차는 이윤이 증가했다. 효율성 임금의 위력을 경험한 것이다.

효율성 임금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근로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성실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근로자의 근무 태도를 일일이 감시하기 어렵기 때문에 근무 시간에 일을 게을리 하는 근로자가 생긴다. 만약 근로자가 게으름을 피우다 적발되면 현재의 직장을 잃는다. 새 직장을 구하더라도 현 직장처럼 임금을 많이 주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스스로 열심히 일한다. 즉, 효율성 임금을 주면 불량한 근무 태도의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근로자의 자발적인 성실한 근무를 유도할 수 있다.

두 번째 효과는 신규 채용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의 생산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는 임금을 적게 주는 기업에 지원하지 않는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반면 임금을 많이 주는 기업은 생산성이 높은 근로자를 구하기 쉽다. 기업이 임금을 많이 주지만 그만큼 근로자로부터 많이 돌려받을 수 있는 게 효율성 임금이다.

효율성 임금은 근로자의 이직률도 줄인다. 이직률이 낮아지면 구인 광고, 선발, 연수 및 훈련 등 새 사람을 충원하는 데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기업에 대한 애착심이 강해진다는 것도 효율성 임금이 지니는 장점이다.

한 진 수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

정리=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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