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베풀기’서 ‘상생형’으로

  • 입력 2007년 10월 29일 03시 12분


기업들의 사회 공헌이 ‘상생(相生)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소외계층을 돕는 ‘베풀기식’ 사회 공헌에서 탈피해 소외 계층과 업무상 계약 관계를 맺거나 일자리를 창출해 주는 ‘상생형’ 사회 공헌으로 한 단계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 C&C는 이달 8일부터 회사의 퀵서비스 거래업체를 기존의 ‘오토바이 퀵’에서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물건을 배달하는 ‘지하철 퀵’으로 변경했다.

이 회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퀵은 물건 수령에서 배송에 걸리는 시간이 60분∼2시간가량으로, 75분∼2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오토바이 퀵보다 신속성에서 오히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호 SK C&C 차장은 “노인 일자리 창출 등 사회 공헌 활동에 기여할 뿐 아니라, 배송 비용을 30%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소외계층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돕는 사회 공헌 활동도 펼쳐지고 있다.

KT는 소외계층에 정보기술(IT)을 가르치는 자사(自社)의 ‘IT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인터넷을 배운 ‘중증 장애인 독립생활연대(중증연대)’가 18일 사회복지법인 피노키오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월 20만 원의 홈페이지 위탁 관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증연대는 이를 계기로 전문 홈페이지 관리를 받기 어려운 사회복지단체나 시민단체의 홈페이지를 위탁 관리해 주는 틈새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홈페이지 관리를 맡은 김정대(40), 이평호(35), 최종식(31) 씨 등 중증연대의 장애인들은 KT의 IT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포토샵, 플래시 등 홈페이지 관리에 필요한 기술을 배워 왔다.

SK텔레콤은 최근 3년여 동안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행복도시락’ 사업을 하면서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영양사, 조리사 등 사회적 일자리 650개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IBM과 롯데백화점은 직원 복지를 위해 사내 안마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시각 장애인 안마사를 채용했다.

두 회사는 각각 이달 1일과 16일 시각 장애인 2명씩을 채용해 직원들이 휴식 시간에 20분씩 목과 어깨 안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유호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기부금을 납부하는 데 그치는 국내 기업들의 사회 공헌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업의 사회 공헌에서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바람직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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