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도 골드키위도…뿌리 내리는 곳이 ‘고향’

  • 입력 2007년 10월 30일 03시 02분


먼나라 낯선 농축산물 국내 농가 새 아이템으로

《경남 산청군 오부면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서상식(50) 씨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일본 가고시마(鹿兒島) 흑돼지 종자권을 갖고 있다.

여러 종이 교잡된 국내 일반 돼지와 달리 ‘순종’을 고수하는

가고시마 흑돼지는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놓아서 기른다.

일본에서는 샤부샤부용으로 쓰일 정도로 명품으로 꼽힌다.

가고시마 흑돼지 종자를 얻기 위해 서 씨는 1994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가고시마 흑돼지를 명품 돼지고기로 키운 와타나베 지카오(渡邊周夫·78) 씨의 돼지 농장에서 2년간 머무르며 가까스로 국내에 종자 46마리를 들여왔다. 현재 서 씨는 일본으로 고기를 역수출할 정도로 본고장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지난해부터는 현대백화점에도 제품을 납품하며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서 씨의 가고시마 흑돼지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 국경이 사라진 새로운 먹을거리들

가고시마 흑돼지처럼 외국산(産)으로 여겨지던 먹을거리들이 국내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항산화 식품으로 각광받는 블루베리가 대표적인 품목. 지난해만 하더라도 블루베리는 미국 북동부지역에서 냉동 상태로 수입돼 소비자들이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2, 3년 새 블루베리 재배 기법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바로 수확한 싱싱한 블루베리를 맛볼 수 있게 됐다.

국내에 블루베리 재배기법을 소개한 이는 이병일(70) 서울대 명예교수. 이 명예교수는 “블루베리가 토양·기후 적응력에 뛰어난 과일이라 국내에서도 충분히 재배가 가능하다”며 “현재 재배 농가가 많지 않아 수익성도 높은 작물”이라고 말했다.

1990년 농산물 개방 이후 사라졌던 제주 바나나도 지난해부터 시장에 다시 선보였다. 서귀포농협 한기윤 상무는 “수입 바나나와 달리 농약을 치지 않고 키운다는 점이 부각돼 값은 비싸지만 올해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4배가량 늘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청과업체도 수입 과일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우려해 국내에 생산기지를 세웠다. 돌코리아는 올해 6월부터 충북 청원군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강선(40) 씨에게 7억 원의 시설투자비를 지원해 국내 생산에 들어갔다. 제스프리도 뉴질랜드 기후와 비슷한 제주를 골드키위 재배지로 택했다.

○ 개방에 맞서는 ‘젊은 농군’들

서상식 씨는 2년 전 30대 젊은 농업인 후배 5명에게 종자를 분양해 농장을 돼지 7000마리를 사육하는 영농조합으로 키웠다. 서 씨는 “개방화 탓만 하면 농촌에는 미래가 없다”며 “남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아이템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 씨처럼 젊은 소농(小農)들을 중심으로 농업 개방화 물결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국내 농가(農家)들이 늘고 있다. 농업분야 최고경영자(CEO) 사관학교로 유명한 한국벤처농업대의 경우 2001년 모집한 1기생이 50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평균 연령이 40대 미만일 정도로 젊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수석연구원은 “‘명품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는 만큼 국내 농업인들도 세계 최고 수준인 농업기술을 활용해 개방화에 적극적으로 맞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30일자 B1면에 실린 ‘블루베리도 골드키위도…뿌리 내리는 곳이 고향’ 사진 설명 중 ‘경북 산청군’을 ‘경남 산청군’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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