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 1, 2차전을 연달아 패해 사기가 땅에 떨어진 SK 응원석에 의외의 ‘손님’이 나타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초등학생 아들(12), 그리고 박영호 SK㈜ 사장과 신헌철 SK에너지 사장 등 계열사 임원 20여 명이 ‘깜짝 응원’에 나섰다.
2000년 SK야구단 창단 이후 최 회장의 첫 관람이었다.
○ 계열사 공식 행사에 의욕적으로 나서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 측은 “최고경영진이 제주도 ‘SK 최고경영자 세미나’를 마친 뒤 한라산 등반 대신 야구 응원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최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는 등 경영 전면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SK건설이 태국 국영회사와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고도화사업 수주 계약을 하는 자리에 참석한 데 이어 이달 중순에는 SK에너지가 지분 투자한 페루의 카미시아 유전 시추 현장을 방문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성공적인 지주회사 전환으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자신감을 찾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 회장과,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SK C&C는 최근 SK㈜가 진행한 ‘공개 매수’를 통해 SK㈜ 지분 27.6%를 확보했다. 자사주(自社株)를 포함한 우호지분은 42.4%에 이른다.
그는 1998년 9월 옛 SK㈜ 회장에 오른 뒤 남다른 시련도 겪었다.
2003년 옛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粉飾)회계 등으로 7개월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고, 소버린자산운용과의 경영권 다툼도 벌였다.
하지만 2004년부터 크게 개선된 계열사들의 실적은 최 회장에 힘을 실어 줬다.
○ “그룹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
2004년 세계 정유업계가 큰 호황을 보이면서 연간 1000억 원 안팎에 머물던 옛 SK㈜의 순이익은 2004년부터 1조 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몇 년 동안 적자였던 SK해운도 2004년부터 연간 1000억 원대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으며, SK네트웍스는 올해 4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며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그룹 내에서는 최 회장이 공식적인 대외행사에 자주 모습을 보이면서 그룹의 이미지 개선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는 이달 초 남북 정상회담 특별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디지털카메라로 다른 그룹 회장의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누리꾼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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