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러시’에서 ‘차이나 엑소더스’로
이 가운데 중국기업은 3곳, 대만은 2곳이었으며 나머지 39곳이 한국 기업이었다. KOTRA 칭다오 무역관 황재원 부관장은 “칭다오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특히 금년 들어 사업을 접는 기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을 포기하는 한국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한국기업이 이른바 ‘4대 악재’에 노출돼 사업환경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4대 악재란 새 노동계약법 시행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 중국 정부의 저가(低價) 가공무역 제한, 외국기업 세제(稅制) 혜택 축소, 환경 규제 강화를 말한다.
특히 인건비는 올해 6월 중국 정부가 확정한 새로운 노동계약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면 상승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 변화로 국내 기업의 중국 투자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액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에는 41.3%에 이르렀지만 지난해에는 31.0%로 급감했다. 투자 건수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59.7%에서 44.3%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 비중이 38.0%로 더 떨어졌다.
○새로운 중국 성공모델의 등장
반면 중국 기업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확실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추고 중국시장을 이해한 뒤 공략을 시작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한국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밀폐 용기로 유명한 락앤락은 비슷한 종류의 중국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리지만 매년 100%씩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경쟁사의 추격에 대비해 2004년 중국 진출 이후 지속적으로 고가 브랜드 전략을 펼친 결과다. 지금은 ‘락앤락은 명품’이라는 이미지가 상하이(上海) 주변에서는 확고하다.
전자레인지용 콘덴서 제조업체인 한성엘콤텍은 철저한 사전 조사로 중국시장에 연착륙했다.
1992년 현지 사무소를 설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톈진(天津)에 진출한 한성엘콤텍은 4년여에 걸친 현지 조사 끝에 1996년 3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생산 초기부터 한국 본사에서 원부자재를 들여오지 않고 현지에서 조달해 원가를 40% 절감했다. 덕분에 삼성전기나 GE 등 글로벌 업체를 누르고 전자레인지용 콘덴서의 국제시장 점유율이 52%로 세계 1위 업체가 됐다.
이마트 상하이 지점 정민호 법인장은 “중소기업도 제품력과 브랜드를 구축하면 중국 명품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칭다오·쑤저우·자싱=이병기 기자 eye@donga.com
다롄·톈진·타이창=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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