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따라하기]사업가의 눈으로 투자하라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은 “사업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투자가 가장 현명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 말이야말로 투자에 관한 가장 훌륭한 명언이라고 그의 수제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답했다.

가치투자자들은 사업가의 눈으로 주식을 바라본다. 버핏 회장은 “나와 찰리는 사업 분석가다. 우리는 시장 분석가도, 거시경제 분석가도, 심지어 증권 분석가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찰리 멍거는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자 버핏의 오랜 동반자다.)

사업가의 눈으로 보면 주식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

2000년 초의 일이다. 당시 정보기술(IT) 열풍 속에서 최고의 인기주는 새롬기술이었다.

새롬기술을 통째로 사려면 5조 원을 투자해야 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당시 연간 순이익은 불과 10억 원이었다. 5조 원을 주고 산 회사가 10억 원의 이익밖에 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 회사가 아무리 급성장을 한다고 해도 5조 원의 원금을 회수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롯데그룹, 동양그룹 등 중견 5대 그룹의 시가총액을 다 합해도 새롬기술의 시가총액에 못 미쳤다는 점이다.

롯데칠성의 당시 시가총액은 780억 원, 롯데제과는 1900억 원 정도였고 이익은 각각 730억 원과 470억 원이었다. 롯데칠성과 롯데제과를 2680억 원을 주고 사들인다면 1년 만에 롯데칠성에서 730억 원, 롯데제과에서 470억 원을 벌 수 있었다.

당신이라면 5조 원을 주고 10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회사를 사겠는가, 아니면 2680억 원을 주고 매년 1200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 두 회사를 사들이겠는가.

우리가 주식을 마치 언제든지 마음에 들면 샀다가 내키지 않으면 팔아버리는 단지 한 장의 유가증권 또는 종이쪽지로 여긴다면 5조 원의 시가총액으로 10억 원을 버는 기업의 주식을 살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단기 차익을 취하고 팔기 위해 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그 기업을 통째로 사서 운영한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치투자자들이 주식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단 한 주의 주식을 사더라도 당신은 그 기업과 그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사업의 주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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