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비 1년 만에 28% 급증 “나눔은 감동입니다”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사회공헌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1조80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헌 형태도 과거 일회성 물품 지원과 일방적 시혜(施惠)를 벗어나 체계적이고 ‘열린’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

○ 전체 매출액 0.3% 사회공헌에 지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1일 발표한 ‘2006년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202개사의 지난해 사회공헌 비용은 1조8048억여 원으로, 2005년보다 28.7% 증가했다.

또 사회공헌활동 지출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0.3%였다. 이는 2002∼2004년 3년 연속 평균 0.2%에서 0.1%포인트 높아진 것.

사회공헌활동 지출액이 경상이익과 세후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2.7%, 3.4%로 2002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경련 사회협력본부 박찬호 상무는 “우리 기업들이 매출액이나 단기적인 이윤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공헌활동 비용 가운데 현금성 ‘기부’는 56.7%로 △2002년 79.0% △2004년 68.0% △2005년 64.3%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일회성 현금 기부 대신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추세로 변모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사회공헌활동을 기업 경영전략과 연계해 효과를 높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회공헌 지출은 대부분 사회복지, 교육, 학교, 학술연구, 문화예술 등 분야에서 이뤄졌다. 2004년 이후에는 의료보건, 환경, 국제구호 분야 등에 대한 지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기업의 사회공헌 비용과는 별도로 지난해 기업재단의 총사업비는 1조7124억여 원, 전체 응답 기업재단의 지난해 기준 총자산은 4조1920억여 원으로 나타났다.

○ 기업 사회공헌활동 한눈에

재계는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쳐 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이달 2, 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2007 사회공헌문화 대축제’를 개최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하는 한편 시민들이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사 앞 청계광장에서 시작되는 길놀이는 축제 개막을 알리는 신호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농악대를 따라 오전 11시 개막 행사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번 축제는 ‘Thanks Everyone(모두 감사합니다)’이라는 큰 주제 아래 ‘나눔은 배움입니다’, ‘나눔은 감동입니다’, ‘나눔은 어울림입니다’라는 3가지 테마로 나뉘어 진행된다.

기업, 비영리단체, 지방자치단체 등 참가 기업 및 기관의 테마별 부스에선 노인 체험, 장애인 체험, 과학 체험 등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국제사회의 사회공헌 현황 및 쟁점과 관련한 국제포럼도 열린다.

한편 사회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펼쳐 온 연예인들도 이번 행사에 참석해 ‘나눔의 정신’을 실천한다.

축제 이틀째인 3일에는 원어민 영어강사의 노래 공연, 직장인 밴드 공연, 난타 공연, 나눔을 주제로 한 뮤지컬 공연 등 풍성한 행사가 계속된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기업-개인-수혜자가 함께 활동▼

CJ나눔재단은 기업과 개인, 수혜자가 함께 활동하는 ‘열린 나눔’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너스캠프(www.donorscamp.org). 도너스캠프는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 등에서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청소년을 위한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역아동센터나 공부방 교사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 제안서를 도너스캠프 홈페이지에 올리면, 개인 기부자가 지원하고 싶은 교육 활동을 선택해 기부한다. CJ나눔재단은 개인 기부자의 후원 금액만큼 추가로 기부해 도너스캠프를 후원한다. 현재 도너스캠프 후원을 받는 기관은 700여 곳이며, 홈페이지에 등록된 개인 기부자는 4만7000명에 이른다.

CJ나눔재단은 2000년부터 불우이웃에게 먹을거리를 나눠 주는 ‘푸드뱅크’ 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0억 원의 먹을거리를 6400명에게 전달했다.

▼국민 모두를 정보통신 전문가로▼

KT는 기업 특성을 살려 회사의 역량을 정보기술(IT) 나눔 봉사에 집중하고 있다.

KT는 올해 2월 사내 IT 전문가로 400여 명이 참여하는 ‘KT IT 서포터스’를 꾸려 ‘IT 희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IT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IT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IT 교육 기회를 주고, IT를 통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기업에는 관련 컨설팅을 해 주는 것이다.

KT 측은 “IT 희망 프로젝트는 국민에게 골고루 IT 활용 지식을 나눠 정보화 사회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디지털 지식강국 구축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TF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싱크 코리아(Think Korea)’라는 구호를 내걸고 ‘싱크 코리아 요금제’를 선택하는 휴대전화 고객 1명당 500원의 기금을 매월 쌓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돌며 과학 봉사▼

LG전자는 청소년 과학교육, 지역 사회 자원봉사,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 지원으로 나눠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LG전자는 청소년들이 과학실험을 좀 더 쉽게 접하도록 첨단 실험장비와 영상장비를 갖춘 ‘이동 전자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교실은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 사회복지시설 등을 돌면서 전자쇼와 과학실습을 진행한다.

또 LG전자 직원들은 봉사단체인 ‘LG 정보나래’를 꾸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1 대 1 컴퓨터 방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 가정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인터넷 검색 방법, e메일 주고받는 법 등 기초적인 컴퓨터 활용법은 물론 포토샵, 파워포인트 등도 지도하고 있다.

이 밖에 교복을 마련하지 못한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교복값을 지원하고, 소외계층 개안 수술,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후원활동 등도 실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무료 개안 수술▼

SC제일은행은 시각장애인 지원 분야로 사회공헌 활동을 특화했다. 이 은행은 직원들이 모금한 기금으로 한국점자도서관의 시각장애인용 도서 및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 비영리단체와 손잡고 각종 사업도 펼치고 있다. 비전케어서비스와는 국내외에서 저소득 시각장애인을 진료하거나 개안수술을 해 주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흰 지팡이 지원 사업을 벌인다.

이 밖에 SC제일은행 직원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원들과 아차산 등반, 마라톤대회, 청계천 산책 등의 봉사 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475명(연인원)의 직원이 총 2850시간의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이윤 아닌 행복 극대화가 목표▼

SK그룹은 기업경영의 목표를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행복 극대화’로 정의하고 있다.

사실 이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도 1970년대 교육 장학사업에서부터 시작됐다. 1980년대, 1990년대에는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베트남 얼굴 기형 어린이 무료 시술 등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2000년대 들어선 소년소녀가장 PC 지원, 무료 이동 진료 지원 등으로 사업이 확대됐다. 특히 2004년 ‘SK자원봉사단’이 구성된 뒤 사회공헌 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SK그룹은 현재 저소득 청소년 대상 일자리 제공, 불우 이웃 대상 ‘사랑의 김치 나누기’, 불우 이웃이 결식 이웃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제공하는 ‘행복 도시락 사업’ 등의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로 나누는 아름다운 한국▼

GS칼텍스는 ‘에너지로 나누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복지, 인재육성, 문화진흥 등의 부문에서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실천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GS칼텍스재단을 설립했으며, 재단에 10년 동안 매년 100억 원씩 모두 1000억 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우선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임직원이 낸 후원금만큼 회사가 추가로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제도’를 운영해 소외계층을 돕는다.

또 1996년부터 올해까지 GS칼텍스 장학금을 만들어 4700여 명의 중고교생, 대학생들에게 모두 36억 원을 지원했다.

이 밖에 GS칼텍스배 프로 기전(棋戰) 운영, 자매결연학교 탁구부 지원, 어린이 환경미술대회 및 글쓰기 개최 등을 통해 문화·스포츠부문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홀로서기 돕는다▼

교보생명이 2004년 꾸린 ‘교보다솜이 간병봉사단’은 사회의 약자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험이 미래의 역경에 대비하는 것이라면 사회공헌은 현재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도록 돕는 것이라는 뜻에서다.

간병봉사단은 간병인 활동을 바라는 저소득 여성 가구주를 일정 기간 교육한 뒤 간병인이 필요한데도 돈이 없어 쓰지 못하는 의료보호 대상자나 가족이 없는 노인 환자를 돌보도록 한다.

간병인은 교보생명으로부터 간병급여를 지급받는다. 지난 3년 동안 연인원 7000명 이상의 환자들이 간병 서비스를 받았다.

간병봉사단은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창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기업과 정부의 협조 아래 간병인을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평일에도 유급휴가 받아 자원봉사▼

한화그룹은 사회공헌 활동을 체계화하기 위해 올해 10월 김영배 한화증권 부회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화사회봉사단’을 설립했다.

한화그룹은 사회봉사단의 주도로 매년 2만3000여 명(연인원)이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또 임직원들이 평일에도 유급휴가를 받아 자원봉사를 할 수 있도록 ‘유급자원봉사제도’를 운영해 사회공헌활동을 활성화했다.

한화는 직원들이 기부금을 내면 회사도 기부금을 추가로 내는데, 최근 회사가 내는 기부금 비율을 100%에서 150%로 확대해 직원이 1만 원을 내면 회사는 1만5000원을 내고 있다.

또 2000년부터 매년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달력 3만여 부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학생-교사 대상 금융교육 지원▼

한국씨티은행은 금융교육, 차세대 교육, 지역사회 및 기업인의 발전 등 3개 분야를 사회 공헌활동의 핵심영역으로 정했다.

이 은행은 지난해부터 초중학생 대상으로 ‘배우고 체험하는 청소년 금융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까지 6만4000명의 청소년들이 금융교육을 받았다.

또 한국씨티은행은 경제 관련 우수 교육법을 개발한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연구 보조금을 지원하는 ‘YMCA-씨티 석세스 프로그램’을 200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444명의 교사들이 후원을 받았다.

이 밖에 한국씨티은행은 1999년부터 저소득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사업기관인 ‘신나는 조합’을 통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셋째 토요일은 ‘나눔의 토요일’▼

포스코 직원들은 매달 셋째 토요일이면 경북 포항시, 전남 광양시, 서울 등 전국 70여 곳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벌인다. 이른바 ‘나눔의 토요일’ 행사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연간 4만7000여 명으로, 전체 직원 10명 중 7명꼴로 봉사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 임직원들이 지난해 봉사활동에 할애한 시간을 모두 합치면 25만 시간으로, 1인당 14.6시간을 봉사활동에 투자한 셈이다.

또 회사는 2003년 5월부터 ‘포스코봉사단’을 만들어 임직원들의 봉사활동을 조직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 임직원과 배우자들을 대상으로 ‘봉사 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해 직원이나 직원 가족이 일정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하면 인증서와 배지 등을 주고 활동비도 지원하고 있다.

▼3800개 봉사팀 전공 살려 활동▼

삼성그룹 내 봉사팀은 3800여 개에 이른다. 이들 봉사팀은 소속 계열사의 업무 특성을 살려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의 도장 품질검사를 담당하는 직원과 용접을 담당하는 직원이 인근 초등학교 체육시설을 도색하거나 시설을 개보수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사내 음악동호회가 음악 봉사팀을 만들어, 편부모가정 돕기 음악회 등을 열어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희귀난치성 질환 어린이 23명으로 구성된 ‘희망소리 합창단’을 창단해 희귀난치병 어린이들의 학습 능력을 높이고, 재활 치료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육성하는 ‘희망(Hope)’,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화합(Harmony)’, 나눔의 문화인 ‘인간애(Humanity)’인 ‘3H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장애우 이동 편해지는 그날까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교통안전 문화 확산과 장애인 이동 편의 증진을 사회공헌 2대 중점 분야로 선정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 교통사고 유자녀 돕기, 안전한 스쿨 존(어린이 보호구역) 지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장애인 이동 편의를 위해 스타렉스 로체 카니발에 휠체어 리프트와 전동 회전의자 등을 장착한 ‘이지 무브(Easy Move)’ 차량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차량들은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장애인부모회, 여성장애인연합회 등 3개 단체에 기증했다.

현대차그룹은 또 교통안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안전생활실천연합과 함께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수요일 전국 25곳에서 교통안전 교실을 열고, 횡단보도 건너기, 안전벨트 착용, 화재 대피훈련, 소화기 사용법 등의 체험 교육을 펼치고 있다.

▼재해지역에 ‘긴급 구호 키트’ 제공▼

이랜드는 ‘이익을 바르게 써야 한다’는 경영 이념을 내걸고 2002년부터 순이익의 10%를 사회공헌활동에 쓰고 있다. 회사 내 사회공헌을 위한 법인만 이랜드재단 이랜드복지재단 아시안미션 등 3개나 된다.

이랜드는 패션·유통회사라는 특성을 살려 사회복지시설 등에 의류를 나눠주고, 수해 등 재해가 발생하면 의약품과 의류 등이 들어있는 ‘긴급 구호 키트’를 12시간 내에 현장으로 투입한다.

이랜드 직원들은 인도, 모잠비크의 어린이들과 결연해 학비와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직원 1430명이 참여하며 후원받는 어린이는 약 1600명이다.

또 이 회사는 1994∼2006년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3627명에게 학비를 전액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벌였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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