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몰입 효과

  • 입력 2007년 11월 1일 03시 03분


아이작 뉴턴이 말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언덕 하나를 넘어야 했기에 그는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고 비탈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늘 그렇듯 생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언덕을 다 오른 그는 말을 타려고 했다. 그러나 말은 온데간데없고 고삐만 손에 쥐여 있었다. 뉴턴이 자신의 생각에 얼마나 몰입했나를 보여 주는 일화다. 그는 의문점이 풀릴 때까지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생각만 했다고 한다.

▷심리학자로 ‘몰입 이론’의 대가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 총수, 유력 정치인, 노벨상 수상자, 위대한 음악가 등 성공한 사람을 많이 만나 그들의 생활방식을 조사했다. 이들이 자기 분야에서 남보다 앞선 비결을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지능지수, 출신 배경, 교육 정도는 다 달랐다. 그가 발견한 유일한 공통점은 바로 ‘몰입(flow)’ 능력이었다. 몰입은 어떤 일에 집중해 자신도 잊어버리는 심리 상태, 즉 무아지경과 비슷하다.

▷똑같은 일을 하는 데 3시간이 걸릴 수도, 30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몰입이다.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조직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두할수록 짧은 기간에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해 높은 성과를 거둔다는 점에 주목해 ‘몰입 경영’을 주창하기도 했다. 실제로 2002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몰입하지 않은 근로자들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입은 손실이 한 해 3500억 달러(약 315조 원)에 달했다.

▷미국계 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이 1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근로자들의 회사 업무에 대한 몰입도는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일에 매우 몰입한다’는 응답이 8%로 세계 평균(21%)에 크게 못 미쳤다. 겉보기에 근로시간은 길지만 첨단 인터넷 환경 덕에 업무시간에 ‘딴 짓’을 많이 한다. 주식 투자, 인터넷 검색, 게임은 기본이다. 몸만 직장에 있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셈이다. 근로자들의 일에 대한 몰입까지는 아닐지라도 ‘딴 짓’만이라도 막을 방도가 있긴 있나.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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