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법칙에 따르면 가격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납니다. 유가가 오르는데 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공급을 늘리지 않나요.
“사실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면 산유국의 추가 생산능력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 여기에 OPEC 회원국들은 증산을 약속하면서도 매우 조심스러워합니다. 왜냐하면 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에 공급량을 늘렸는데 그때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수요가 줄어 유가가 폭락했어요. 그때 기억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나요.
“물론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definitely)라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는 OPEC가 얼마나 증산을 할지에 달려 있습니다. 비(非)OPEC 회원국들의 추가 석유 공급 능력은 한계가 있어요.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OPEC가 추가 석유 생산을 해 줘야 국제 석유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요.”
―유가가 요즘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우선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석유를 수입하는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유가가 싸게 느껴지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납니다. 반면 수출국 처지에선 가격을 더욱 올려 받아야겠지요. 한편 투자자들로선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용 자산으로 달러를 팔고 그 대신 오일 등 상품을 사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헤징(위험 회피)이지요. 그래서 유가가 오르고 있습니다.”
―헤지펀드가 경쟁적으로 석유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사실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자는 투자 다양화(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석유시장에도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많은 돈이 오일 등 상품시장에 들어오면 가격을 오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서면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요.
“방향은 맞아요. 그런데 이제 전 세계 경제 성장의 많은 부분이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설령 미국에서 석유 소비가 정체되더라도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어요. 물론 미국이 매우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는다면 석유 소비도 줄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대부분의 전문가가 전망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국과 인도 등이 해외에서 유전 등을 높은 가격으로 ‘싹쓸이’하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사실 지금 중국과 인도가 원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과거 미국과 영국 등 서구가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국내에서 석유 생산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찾는 것은 당연하지요.”
―세계적으로 모두가 사용할 만큼 석유는 충분히 있나요.
“일정 기간은 그렇습니다. 중동과 러시아 등에서 유전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전된다면 앞으로 15년, 혹은 20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매장량이 얼마가 되는지보다 오히려 얼마나 개발을 빨리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물론 앞으로 50년, 100년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어야겠지요.
―유가가 이렇게 급등했지만 과거 석유 위기 등의 상황과 비교하면 전체 경제에 주는 충격이 적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선 전체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때에 비하면 낮아졌어요. 또 통화정책 당국자들이 그때보다 훨씬 잘 대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등이 낮은 가격으로 많은 상품을 제공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고 있습니다.”
―에탄올 등 바이오연료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나요.
“바이오연료가 에너지 문제에 기여하려면 기술적으로 뭔가 획기적인 진전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에탄올을 옥수수 등 곡물에서 얻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마크 슈워츠 회장은…
△ 1951년 미국 필라델피아 출생 △ 조지 워싱턴대 학사 △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 엑손 모빌 수석 이코노미스트 △ 2002년 PIRA 시나리오 플래닝 서비스 팀장 △ 2005년 현재 PIR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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