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그러면 누가 스스로 밝히겠나”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했다는 이유로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던 합성수지 생산업체 2곳을 모두 형사처벌했다.
전속 고발권을 갖고 있는 공정위가 고발하지 않은 업체나 임원을 검찰이 형사 처벌한 것은 사상 처음이어서 앞으로 법원이 검찰의 기소를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윤진원)는 합성수지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삼성토탈(옛 삼성종합화학)과 호남석유화학, 각 회사 소속 임원 2명을 벌금 5000만 원에 1일 각각 약식기소했다. 삼성토탈 등은 올 2월 공정위의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던 업체다.
또한 검찰은 공정위가 고발한 대한유화공업과 LG화학, SK, 효성, 대림산업 등 5개 회사와 각 회사 소속 전현직 영업담당 임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합성수지인 고밀도 폴리프로필렌제품 등을 생산하는 이들 7개 회사 임원은 1994년 4월∼2005년 4월 매월 영업팀장 모임을 갖고 합성수지 판매기준 가격을 협의해 실행에 옮긴 혐의다.
공정위는 이 회사들의 담합 사실을 적발해 105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삼성토탈과 호남석유화학을 제외한 5개 업체만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조사 결과 삼성토탈과 호남석유화학 등 2개 업체가 담합을 주도한 데다 이들이 담합을 통해 얻은 이익이 다른 업체들보다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자진신고가 없었다면 10년 이상 은밀하게 이뤄졌던 담합행위를 적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약식 기소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44조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자진신고업체에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등의 혜택만 줄 수 있도록 법에 명시되어 있는데도 공정위가 법률적 근거 없이 자체규정만으로 형사고발까지 면제해 주고 있다고 판단하고, 해당 사건을 고발했다면 그 행위에 가담한 업체는 고발 없이도 처벌키로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당국자는 “전 세계적으로 담합을 적발하는 데 있어서 자진신고제도가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는데 검찰 기소로 이 제도가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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