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자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서민 대상의 소액 신용대출 시장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감독당국이 서민금융 확대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데다 은행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저신용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기 때문이다.
○ 자회사 및 계열사 통해 소액대출 검토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3분기(7∼9월) 기업설명회(IR)에서 “소비자 금융시장 진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며 “이는 지주회사 설립을 기다릴 필요 없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계열사인 하나캐피탈도 홈페이지를 통해 신용대출 상품을 조만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하나캐피탈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하기 위해 하나은행의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가져왔지만 고객층이 달라 실패했다”며 “고객층에 맞춰 변환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신한은행 계열사인 신한캐피탈도 소액 신용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어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은행들의 소액 신용대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보여 주기식 이벤트 그칠 수도” 비판 부담
시중은행들의 소액 신용대출과 관련한 최대 관심사는 ‘대상과 금리 수준’이다.
하나캐피탈 측은 “신용등급이 은행에서 하위권이거나 대부업체에서 상위권인 고객들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만큼 금리는 연 20∼30%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업체보다는 많이 낮고 캐피털, 상호저축은행과는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은행이 고금리 장사까지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계열사라고 해도 소속된 금융그룹이나 은행의 평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추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은 은행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소외계층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좋은 의도로 접근했다가 욕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시기와 방법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많다고 판단하면 서민 소액대출은 ‘보여 주기식 이벤트’로 끝날 수도 있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의 전직 고위관계자는 “은행들이 연체 중인 고객을 금리가 높은 계열사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해 고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을 막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들의 소액 신용대출시장 진출 계획 | ||
은행 | 담당 | 내용 |
국민 | 자회사(미정) | 소액 신용대출 담당할 자회사 설립 검토 |
우리 | 우리파이낸셜 | 내년 7월 시행 목표로 신용평가 및 전산시스템 정비 |
하나 | 하나캐피탈 | 신용평가시스템 전환 작업 중. 내년 상반기 진출 검토 |
신한 | 신한캐피탈 | 내년 사업계획안에 반영 검토 |
자료: 각 은행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