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선 금연-사이버 체크인’ 등 세계 최초 서비스 자부심
“기내를 금연 구역으로 지정하고도 기내에서 담배를 파는 건 잘못 아닌가요?”
1995년 2월 아시아나항공의 인트라넷인 ‘텔레피아(TELEPIA)’의 익명게시판에 기내에서 면세담배를 판매하는 회사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해 1월, 전 노선에서 금연을 시행한 당시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익명게시판을 훑어보다 문제의 글을 발견하고는 즉시 기내 담배 판매를 중지시켰다.
담배는 기내 면세물품 판매 순위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 있는 품목. 하지만 회사는 직원의 한마디에 과감하게 수익을 포기했다.
사내(社內)의 자유로운 토론문화를 키우고 각종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1991년에 도입된 텔레피아의 익명게시판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젊고 열린 조직문화는 1988년 뒤늦게 출범한 아시아나항공이 짧은 기간 내에 글로벌 30위권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힌다.
[1] 익명게시판 ‘텔레피아’… 1년에 두 번 ‘오픈플라자’…
아시아나항공은 다른 기업에 비해 유연한 조직문화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3월 첫선을 보인 ‘오픈플라자(open plaza)’는 이런 기업문화를 잘 보여 주는 예.
직종과 직군을 고려해 선발된 150여 명의 직원이 10여 개의 조로 나뉘어 하루 동안 회사 밖에서 회사 정책에 대해 토론의 시간을 갖는다. 조별 토론 내용은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전원에게 전달되며 좋은 제안은 바로 채택된다.
오픈플라자는 1년에 두 번 열린다. 효도항공권 지급, 가족교육 프로그램, 교양강좌 활성화 제도 등이 오픈플라자를 통해 탄생했다.
유연한 조직문화는 아시아나항공 사장을 지낸 박삼구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박 회장은 매년 가을에 열리는 맥주파티에 참석해 직원들을 격려한다. 이 자리에서 만나는 직원들의 이름, 기수, 입사연도를 기억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예의만 지킨다면 상하 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회사 정책에 대해 언제든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문화로 인해 기내 서비스와 관련한 신선한 아이디어도 일반 직원들에게서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래서 아시아나항공이 지금까지 고객들에게 제공해 온 서비스엔 유난히 세계 또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신생 항공사로서 기존 항공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만의 차별성이 있어야 했는데 다른 항공사보다 한발 빠른 참신한 서비스로 차별화를 한 것이다.
전 노선 금연, 겨울에 더운 국가로 여행하는 여행객을 위해 탑승 수속 카운터에 외투를 보관해 주는 서비스, 사이버 체크인 시스템은 아시아나항공이 첫선을 보였다.
올해 7월 입사한 서울국제여객지점 판매관리팀의 강주연(26·여) 사원은 “신입사원이지만 최고경영진이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자주 느끼게 된다”며 “서비스 직종이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밴 직원들이 많아 회사 분위기가 따뜻하다”고 말했다.
[2] “부지런하고 붙임성 있는 인재 환영”
아시아나항공의 인재상은 △적극성 △학구적인 태도 △부지런함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다.
특히 항공사 서비스의 가장 일선에 있는 객실 승무원의 경우 정감이 있는 서비스 태도를 중시한다.
팀장이나 과장이 주축이 된 실무면접에서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체크한다. 고객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인상이 좋은 점수를 얻는 편이다.
김수천 인사부문 상무는 “임원 면접에서는 사장 이하 최고경영진이 모두 참석한다”며 “까다로운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감명 깊게 본 책’과 같은 예상 질문을 던져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최대한 자신만의 ‘향기’를 낼 수 있도록 면접 분위기를 유도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인 만큼 인상이 무뚝뚝해 보이거나 ‘엉덩이가 무거운’ 스타일은 선호하지 않는다.
또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만큼 외국어 능력도 비중 있게 본다. 올해 상반기에 임원회의를 영어로 진행할 정도로 사장단의 영어 실력도 뛰어난 편이다.
실제로 최근 입사한 신입 직원의 평균 토익점수는 900점 전후. 영어 외에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등 제2외국어에도 능숙한 직원이 많다.
[3] “자녀 많이 둔 직원부터 승진시켜라”
“아이는 최소 두 명은 낳아야 한다. 승진도 자녀를 많이 둔 직원들부터 시켜라.”
박삼구 회장이 직원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주 하는 말이다.
2003년에 여성 직원 비율이 남성 직원 비율을 넘어선 데 이어 현재 전 직원 가운데 여성 직원이 54.7%나 된다. 지난해는 신규 채용한 인력 1115명 중 72%인 804명이 여성이었다.
자녀를 출산할 때마다 횟수에 제한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에 아이를 출산한 336명의 직원 중 61.3%가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행복한 가정=신나는 직장’이라는 판단 아래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많다.
3개월 과정의 ‘부모 자식 간의 대화법’ 강좌를 개설해 직원 본인은 물론 배우자도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여름방학엔 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도 열린다.
객실승무원을 하면서 세 명의 아이를 출산해서 기른 이경아(33·여) 부사무장은 “임신을 하는 순간 휴직에 들어가 보통 1년 8개월을 쉰다”며 “출산을 장려하는 회사 분위기 때문에 휴직 후 복귀할 때 회사 눈치를 보는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가족적이고 따뜻한 조직문화에 대부분의 임직원이 만족스러워하는 편이지만 국내에서 선두 항공사에 규모 면에서 밀리는 처지이고, 장기적으로도 이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있어 ‘국내 2위에 안주하려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한 직원은 “세계 항공사 순위는 계속 높아져 왔지만 국내 선두 항공사는 넘어서기 힘든 벽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며 “아시아나항공만의 자부심도 많지만 국내 1위를 차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답답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Q&A / 이런게 궁금해요
해외근무 기회는?
70여 도시에 주재원 파견
한번 나가면 4년씩 근무
아시아나항공 직급별 연봉 | |
직급 | 연봉(원) |
임원 | 1억 이상 |
부장 | 7600만 |
차장 | 5900만 |
과장 | 5200만 |
대리 | 4300만 |
사원 | 3400만 |
일반직 기준 직급별 평균연봉으로 성과급 및 초과수당 제외 금액. 과장급 이상은 연봉제 실시. |
취업 사이트 및 관련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궁금증과 이에 대한 회사 측 답변을 소개한다.
Q.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A. 채용은 크게 일반직 대졸 공채와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등 전문직 공채로 나누어 선발한다. 일반직 대졸 공채는 금호아시아나그룹 공채로 진행되며 1년에 2회(상반기, 하반기) 선발한다. 그룹 공채 지원 때 본인이 희망하는 계열사를 2지망까지 적어내고 이 가운데 성적과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치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률은 250 대 1로 37개 그룹 계열사(평균 75 대 1) 가운데 가장 높다. 승무원 등 전문직은 아시아나항공 자체로 수시 채용한다.
Q. 선발 절차는….
A. 대졸 공채는 인터넷 원서 접수 및 서류 심사, 1차 면접, 2차 면접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인터넷으로 원서 접수를 할 때 온라인 인성검사와 적성검사도 함께 한다. 또 1차 면접에서는 집단토론을 통해 개인 역량을 평가하고 한자시험도 본다. 2차 면접은 임원 면접이다. 승무원 채용 절차는 인터넷 원서 접수 및 서류 심사, 1차 면접 및 인성·직무능력검사, 체력테스트, 2차 면접, 영어구술테스트 등으로 진행된다.
승무원 선발 기준은 국제선 승무원의 경우 전공 제한이 없지만 4년제 대학 이상 학력 소지자면 지원이 가능하다. 자격 요건은 신장 162cm 이상, 교정시력 1.0 이상, 토익 550점 이상 등이다.
Q. 승무원으로 입사한 후에 일반직으로 전환이 가능한가.
A. 일반직과 전문직 간의 직군 전환은 원칙적으로 없다. 하지만 승무원 등 전문직으로 입사한 후에 스태프 승무원, 교관 승무원, 그룹장, 파트장 등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임용 절차가 마련돼 있다.
Q. 해외 근무 기회는….
A. 취항 노선 중심으로 주재원을 선발한다. 현재 해외 70여 개 도시에 196명이 나가 있으며 주재 기간은 통상 4년이다. 이와는 별도로 현지 문화 체험과 어학능력 향상을 위한 지역전문가 과정(6개월)과 해외 지점의 업무 지원을 위한 단기파견제(통상 1년)도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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