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미국의 엑손모빌은 1일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줄었다고 발표했다. 또 실적이 2분기 연속 감소했다는 소식까지 겹쳐 1일 하루에만 주가가 3.5% 하락했다.
다음날 실적을 발표한 미국 셰브론의 올해 3분기 순이익도 37억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6%나 급감했다. 최근 5년래 가장 큰 감소세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미국의 3위 석유업체 코노코필립스도 3분기 순이익이 각각 29%와 5% 하락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인 로열더치셸만이 유일하게 세금 혜택과 환율 효과에 힘입어 전년 동기대비 16% 순이익이 늘었다.
글로벌 에너지업체들이 작년까지도 해도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해 왔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초고유가’ 시기에 왜 대형 정유사들의 순이익이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원유를 정제한 후 판매하는 과정에서의 ‘정유 마진’이 줄어든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정유사가 일반 소비자에게 파는 휘발유의 가격은 폭등하는 원유 가격에 비해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것.
비즈니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8월 말 이후 원유 가격은 3.78L(1갤런)당 0.60달러 오른 반면 미국 내 가솔린 소매가격은 0.16달러 오르는 데 그쳤다.
러시아나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에서 자원민족주의가 대두하는 것도 정유 업체들의 경영을 압박하는 요소다. 베네수엘라에서는 6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해외 석유업체들의 보유 지분을 자국기업들에 넘기도록 해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가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조치로 엑손모빌의 현지 생산량은 2% 낮아졌다. ‘정제 마진’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업체 간 경쟁과 높은 운영비, 인건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중국 페트로차이나 등 신생 업체들의 추격도 거세다.
하지만 에너지 분석가인 피터 부텔 씨는 “엑손모빌은 순이익은 줄었지만 94억 달러나 벌었다”며 “거대 정유업체들은 계속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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