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야후… 中 e메일 검열 협조로 반체제 인사 구속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야후의 제리 양 최고경영자가 6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리 양 오른쪽 뒤에 보이는 사람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스타오 기자의 어머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야후의 제리 양 최고경영자가 6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리 양 오른쪽 뒤에 보이는 사람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된 스타오 기자의 어머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인터넷 포털사이트 야후의 제리 양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의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중국 공안당국의 검열에 어떻게 협조했는지를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야후의 협조로 체포된 중국 반체제 인사의 가족에게는 정중히 사과했다.

그는 6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중국인 스타오(師濤) 기자의 어머니에게 “그동안 겪으신 일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제리 양과 동석한 마이클 캘러헌 수석부사장도 함께 머리를 숙였다.

중국 경제지 당다이상(當代商)보 소속의 스 기자는 톈안먼(天安門) 사태 기념일에 예상되는 중국 정부의 대응 등에 대한 내용을 해외에 알렸다는 이유로 2005년 구속 기소됐다. 현재 ‘국가기밀 유출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야후는 스 기자의 e메일 자료를 중국 공안당국에 넘겨 그의 체포를 도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해 2월 캘러헌 부사장이 의회에서 이에 관해 거짓 증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윤리 문제에 직면하기까지 했다. 당시 캘러헌 부사장은 “중국 정부가 어떤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국가기밀 유출’ 혐의 등 정치적 이유가 언급된 중국 측의 협조 공문이 야후 중국법인에 접수된 사실이 밝혀진 것.

야후는 스 기자 외에 다른 중국인 3명에 대한 정보도 제공했고, 이 중 2명은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톰 랜토스 위원장은 “야후의 대응은 무책임하고 줏대 없는 것이었다”며 “해외 지사가 현지 당국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도록 단속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정부의 마녀사냥에 협조한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기만행위”라고 비판했다.

제리 양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및 인권 수호를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강조하고 “야후는 이제 청소년기를 맞이한 기업임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쏟아진 비판은 야후뿐 아니라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른 인터넷 업체들까지 겨냥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 회사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공안당국이 요구하는 검열 및 정보 제공, 특정 웹사이트 차단 등 요구에 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날 제리 양의 발언이 인터넷 기업들에 경종을 울리는 동시에 계류 중인 ‘2007 글로벌 온라인 자유법’에 힘을 실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법은 반체제 인사를 잡으려는 해외 당국에 협조해 사용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알려 주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다.

인터넷 기업들은 대의도 좋지만 관련 규정이 현지 법과 상충되면 직원들이 체포될 위험까지 있다며 내심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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