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객장’에 사모님 모셔라

  • 입력 2007년 11월 8일 03시 02분


《“대개 증권사 객장은 40, 50대 남성이 주요 고객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주부가 전체 고객의 절반을 넘어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렉슬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자리 잡은 한 증권사 영업점 직원의 귀띔이다.

3.3m²(1평)당 3000만∼4000만 원을 호가하는 이 아파트 주변은 요즘 증권사들의 치열한 격전장이 됐다. 아파트 단지의 상가 건물 하나에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의 영업점이 연이어 들어섰기 때문이다. 》

아파트 단지 반경 200m 이내로 범위를 넓히면 7개 증권사가 고액 자산을 굴리는 ‘사모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인근의 6개 은행 지점도 펀드 판매로 보면 이들의 경쟁 상대다.

○아파트 단지로 파고드는 증권사

증권사 영업점이 ‘오피스 타운’에 들어선다는 공식은 옛말이 됐다. 자산관리 영업과 펀드 판매가 중요해지면서 영업점 입지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삼성증권 이애란 도곡렉슬브랜치장은 “이 지역 주부들은 다양한 형태의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10억 원 이상을 공모주에 투자하는 사례도 있다”며 “고액 자산을 보유한 고객을 잡기 위해 집까지 방문해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센트레빌(굿모닝신한증권), 도곡동 아이파크(한국투자증권),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시티파크(대신증권) 등의 고급 아파트 단지 상가에도 증권사 영업점이 들어서 있다.

○‘미래 수익원’인 자산관리 영업 강화가 목적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에 따라 영업점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펀드 판매 수익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동아일보가 굿모닝신한증권, 대신증권, 대우증권, 동부증권, 동양종금증권, 메리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SK증권 등 14개 증권사의 신규 개설 영업점 수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65개 영업점이 문을 연데 비해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2.2배인 142개 점포가 새로 생겼다.

아파트 단지 내 영업점은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 지난해엔 5곳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7개 증권사가 전국 14개 아파트 단지 안에 영업점을 열었다.

증권사의 아파트 단지 진출은 단순 주식매매 중개에서 자산관리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삼성증권 도곡렉슬브랜치는 직원 8명 가운데 6명(75%)이 프라이빗뱅커(PB)로 이 회사 영업점의 평균 PB 비율(69%)을 웃돈다. 그만큼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자산관리가 자기자본투자나 시장공개 등 투자은행(IB) 업무와 함께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채수환 영업담당 이사는 “영업점에서 고객 위탁자산을 확보하면 이를 IB 업무인 사회간접자본 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에 이용할 수 있어 일거양득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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