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유가에 그들은 웃는다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러시아- 넘치는 오일머니… 푸틴 가장 큰 수혜자

베네수엘라- 무상 의료-교육 등 ‘사회주의 혁명’ 가속

앙골라- OPEC 가입 이후 국제 차관 얻기 쉬워져

독일- 러-중동 수출 크게 늘어 경제효과 톡톡

중국 남부의 한 지방에서 트럭 운전을 하는 왕 푸이 씨는 최근 주유소에서 90분 넘게 기다렸다. 자신의 차례가 왔을 때도 “가득 채워줄 수는 없다”는 말을 듣고 실망했다.

7월 과테말라에서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최종 결정을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오일 머니로 두둑해진 주머니에 손을 깊숙이 찔러 넣고 “흑해 연안의 여름 휴양지 소치에 120억 달러를 쏟아 붓겠다”고 공언했다. 러시아는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유가 폭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7일 “유가 폭등이 세계에서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가 상승이 세계의 정치, 경제적 지형을 바꾸고 있다는 것.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 수출로 번 돈을 무상 의료 서비스, 무상 교육 등 ‘사회주의 혁명’에 쏟아 붓고 있다. 앙골라에선 고급 승용차 판매가 늘고 있으며 수도 루안다의 호텔은 몰려드는 외국 정유사 직원들로 인해 몇 달씩 예약이 차 있다.

앙골라는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가입했으며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원하는 국가들로부터 쉽게 차관을 얻는 등 국제 위상도 높아졌다.

반면 수입국들의 석유 쟁탈전은 한층 치열해졌다. 기름이 부족한 나라들은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나라와도 거래를 하려 애쓴다. 소비되는 석유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는 중국과 70%를 수입하는 인도가 가장 큰 문제다. 게다가 두 나라의 석유 소비량은 가파른 성장에 따라 계속 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비축해 놓은 석유가 없어 고민은 더욱 크다.

독일처럼 석유를 전량 수입하는 나라인데도 유가 폭등 와중에 이득을 올리는 국가도 있다. 오일 머니로 넘쳐나는 러시아와 중동에 대한 수출이 급증한 덕에 활황을 누리고 있는 것. 러시아에 대한 독일의 지난해 수출은 2001년에 비해 1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 대한 수출은 15% 증가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 유가 폭등의 가장 큰 수혜자로는 푸틴 대통령이 꼽힌다. 그는 의료, 교육, 주택 부문에 오일 머니를 쏟아 부어 민심을 얻고 있다. 이 덕에 그는 계속 권력을 유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의 호전된 경제 상황을 자랑이라도 하듯 “7, 8년 전 우리나라는 어땠는지 생각해 보라”고 큰소리 쳤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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