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영]현금 기부 벗어나 몸으로 뛰는 참여형으로 변한다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사회공헌 업그레이드… 기업, 시민의 역할 부여받다

《몇 년 전만 해도 사회공헌활동은 일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전개됐지만

최근에는 금융기업이나 서비스업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업이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참여형 봉사활동 늘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국내 주요 202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지출액은 1조8000억 원이 넘었다. 2005년 1조4000억 원보다 28%가량 증가한 수치다.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 지출 규모는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매출액 대비 비율은 평균 0.3%로 2005년 0.2%보다 0.1%포인트 늘었다. 경상이익 대비 비율도 2005년 2.0%에서 2006년 2.7%로 늘어났다. 이런 지출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양적인 팽창은 질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최근 들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현금을 기부하는 데서 벗어나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예컨대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매년 4000만 원 상당의 쌀과 방한 의류를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기부하면서 직원들이 직접 물건을 들고 가서 나눠 주는 식이다. LG전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일 대 일로 컴퓨터를 가르친다.

전경련에 따르면 사회공헌활동 지출액 중 기업이 직접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사용한 비용의 비중은 2006년 43.3%로 2002년 21.0%보다 22.3%포인트나 늘었다. 단순 기부금의 비중은 그만큼 줄었다.

○사회공헌은 선택이 아닌 필수

기업의 시민 역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사회와의 상생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점차 설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는 사회공헌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글로벌 콤팩’이나 ‘지속가능(GRI)보고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표준화해 ‘ISO26000’ 인증을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고려대 문형구 교수(경영학)는 “사회공헌활동은 예전에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이었지만 지금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에 따라 사회공헌활동이 좌우되는 사례가 많다. 전략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접근하지 못하는 기업에서는 CEO의 말 한마디에 몇 년 동안 진행되던 사업이 순식간에 바뀌기도 한다.

사회공헌활동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기업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체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나마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2005년 전경련의 설문조사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적 책임’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미지 제고’나 ‘조직원의 사기 진작’이 주된 이유라면 언제든지 사회공헌활동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기업-정부-NGO의 협업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에서도 ‘전략’과 ‘효율’을 고민한다. 이런 고민의 결과로 최근에는 기업과 정부, 비정부기구(NGO)가 협업하는 일이 늘고 있다.

SK는 ‘행복 도시락’ 사업을 하면서 시설자금과 운영비를 지원한다. 노동부는 인건비와 정책적인 지원을 맡았고, 지방자치단체는 수혜자를 발굴하고 급식비를 지원한다. NGO는 도시락을 제조, 배달하는 운영 부문을 맡았다.

다솜이 재단의 운영 방식도 비슷하다. 간병인들의 월급 중 30%는 교보생명이 여전히 후원한다.

기업이 혼자서 이런 봉사활동을 진행하면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지속성이 유지되기 힘들 수 있다. NGO 시각에서도 자금 부족에 따른 영세성을 벗어나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믿을 만한 기관을 통해 복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행복 도시락 사업과 다솜이 재단의 간병인 사업은 ‘자립’이 목표다. 기업의 후원으로 시작됐지만 독자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비영리 단체와 영리 회사의 중간 형태로 일반 회사처럼 영업활동을 하면서 사회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른바 사회적 기업이다. 올해 국회에서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통과돼 기업의 사회적 서비스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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