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유별난 ‘돈 쏠림’… 수익률은 돌고 도는데…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그냥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펀드에 가입했는데…. 이름이 뭐더라?”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최근 친구들과 펀드 얘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친구들이 대부분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임원은 “한국인 10명 중 9명은 아마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특징은 고사하고 이름도 잘 모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몰빵 및 뒷북식 묻지 마 투자’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제2 바이코리아?

특정 펀드에 자금이 한꺼번에 몰렸다가 거의 동시에 빠져나가는 현상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때 중국 펀드가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더니 중국 증시의 거품 논란이 불거진 10월부터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펀드가 각광을 받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신상품 ‘인사이트 펀드’엔 열흘 만에 무려 3조 원이 몰리기도 했다.

쏠림 현상(herd behavior)은 어느 나라 증시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유별나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장 오디베르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 사장은 “한국 사람들은 펀드 투자를 패션 트렌드 좇듯이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묻지 마 식 펀드 투자가 1999년 한국 사회를 강타한 ‘바이 코리아’ 열풍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바이 코리아 펀드에는 출시 보름도 안 돼 1조 원이 몰렸지만 2000년 말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수익률이 급락해 6개월여 만에 20조 원이 넘는 자금이 이탈했다.

○ 뒤늦게 따라가면 손해만 볼수도

펀드 쏠림 현상은 올해 글로벌 증시 호황으로 연 100%에 가까운 수익률을 내는 펀드가 여럿 나오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펀드 불패(不敗)’ 인식이 생긴 탓도 크다.

그러나 시장은 돌고 도는 법이다.

올해 평균 76.3%의 수익률을 낸 중국 펀드는 2005년만 해도 7.6%의 수익률을 냈을 뿐이다. 반면 올해 2.5%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 유럽 펀드는 지난해에는 20%에 가까운 고수익을 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3년과 5년 주기로 벤치마크 대비 4% 이상의 수익률을 낸 펀드는 A급으로 친다.

삼성투신운용 양정원 주식운용본부장은 “쏠림 현상은 항상 부작용을 가져오며 주로 ‘몰빵과 뒷북’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가 좋다고 하니까 다른 투자처에서 돈을 빼 중국 펀드에만 투자를 하거나, 남들이 모두 투자한다고 뒤늦게 따라가면 손해만 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철범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연 70%의 펀드 수익률은 언제라도 연 ―70% 수익률로 바뀔 수 있다”며 “분산 및 장기투자 원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주식형 펀드 수익률 주춤… 일부 환매 움직임도▼

최근 글로벌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주식형 펀드의 최근 수익률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환매 움직임도 감지된다.

11일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8일 현재 주식투자 상한이 70%를 초과하는 성장형 펀드의 최근 일주일간 평균 수익률은 ―2.87%였다. 안정성장형(주식투자비중 41∼70%)과 안정형(주식투자비중 10∼40%) 펀드의 수익률도 각각 ―1.57%와 ―0.77%로 부진했다.

펀드 수익률이 저조하게 나타나자 국내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도 조금씩 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8일 기준 99조838억 원으로 7거래일 연속 증가했지만 해외 펀드에는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7일과 8일에 각각 596억 원과 1174억 원이 빠져나갔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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