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 거짓폭로 보며 자괴감”

  • 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 사직… 변호사 등록도 취소

이종왕(58·사진) 삼성그룹 상임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사장급)이 9일 사직서를 냈다. 그는 이날 밤 삼성 전략기획실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49)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거짓 폭로”라고 비판했다. 그의 사직서는 12일 경 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실장의 퇴진은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삼성 비자금 관련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삼성과 김 변호사 측이 벌일 실체 공방의 전주곡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실장은 사직서 제출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 취소 신청을 했다.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활동을 일절 하지 않겠다”며 변호사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변호사 등록 취소 신청은 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과도 상의 없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학수 실장이 밤늦게까지 탈진 상태가 될 정도로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종왕 실장은 사법시험 17회로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99년 ‘옷 로비’ 사건 당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을 때에도 이번처럼 사표를 던졌다.

삼성은 11일 김 변호사 부인이 세 차례 보낸 협박성 편지와 관련해 “돈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수형 삼성 법무실 상무는 삼성의 대응이 수세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삼성이 김 변호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면 개인과 삼성, 약자와 강자 간의 싸움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많은 이들이 심정적으로 약자 편을 드는 상황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사실 관계를 밝히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적 대응은 사실관계가 다 규명된 뒤 생각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실장이 사직하기 전에 사건부터 수습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사건은 사실 관계가 쟁점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며 “법리 해석을 둘러싸고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이 두 가지가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이종왕 삼성 법무실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요지

김용철 변호사 문제로 회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끼쳐 그룹 법무책임자로서 송구스럽다.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변호사라는 사실에 대해 같은 변호사로서 큰 자괴감을 느낀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김 변호사 개인의 잘못이다. 김 변호사가 주장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근거 없거나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을 과장 왜곡한 것이다.

직무상 처리한 회사의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다.

외부의 사람들은 김 변호사가 검사 출신 법조인인 데다 삼성에 임원으로 7년여 재직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의 주장이 사실일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김 변호사의 부인이 김 변호사의 주장을 토대로 8∼9월 세 차례에 걸쳐 협박성 편지를 회사에 보내 왔을 때 저는 법과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순간의 화를 모면하려고 적당히 타협을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빌미가 돼 나중에라도 더 큰 화가 된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도 변호사인데, 편지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근거 없는 사실을 폭로해 회사를 곤경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임직원 여러분 중 어느 누구라도 떡값 갖다 주라는 지시 받은 적 있나? 삼성이 검사들에게 떡값을 돌리라고 지시했다는 김 변호사의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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