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검사’공개 파문]사제단“근거 있다”…당사자들 반발

  • 입력 2007년 11월 12일 20시 37분


'떡값 검사' 명단 파문으로 검찰이 술렁이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1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통해 "삼성이 전·현직검찰 최고위급 간부들에게 이른바 '떡값'을 주며 관리했다"고 일부 명단을 공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이날 명단 공개를 통해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와 이귀남 대검 중앙수사부장 등 검찰 수뇌부를 정조준하고 있으나 검찰과 삼성은 "사실 무근"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떡값 검사' 진상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검찰 수사 전망=검찰은 이날 사제단의 발표 직후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오광수)에 곧바로 배당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금융조세조사부 검사도 투입한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김 변호사가 삼성의 관리대상이라고 주장한 전 현직 검찰 수뇌부가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지만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일단 외견상 반부패 수사를 전담하는 특수부가 이번 사건을 맡아 검찰의 수사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뇌물수수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이 구체적인 근거를 전혀 내놓지 않아 수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김 변호사가 향후 수사 과정에서 금품을 건넨 구체적인 경위를 제시하느냐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떡값' 의혹에 대해 검찰 전현직 최고위급 간부인 당사자들이 일제히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는 만큼 김 변호사가 상당한 근거를 추가로 내놓지 못하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별도로 김 변호사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 수사 주임검사 중 수사 도중에 에버랜드에서 접대 받은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검찰의 내부 감찰이 진행 중이다.

▽명단 공개 근거는?=사제단은 이날 이른바 삼성의 '관리 대상 검사 명단'과 관련해 "김 변호가 직접 본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가) 삼성의 관리 대상 검사 명단을 2001년 삼성 재무팀에 있을 때 봤고 이 명단을 주요 보직을 중심으로 보관 관리했다. 삼성 본관 27층 재무팀 관재파트 담당 상무 벽으로 위장된 비밀문고에 (명단이) 보관돼 있다"고 김 변호사의 주장을 전했다.

사제단은 또 "금품 전달 전에는 (관리)담당자 난이 비어 있는데 (금품이) 전달 안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빈 칸인 경우가 거의 없었다"며 "금액은 원칙적으로 500만 원이며 금액을 올릴 경우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이 연필로 1000만 원, 2000만 원 하는 식으로 적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 직후 사제단은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질의응답은 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가 알고 있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검찰총장 청문회=당장 13일 열리는 임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 변호사가 임 내정자를 '떡값 검사'로 지목함에 따라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검찰 내에선 진위를 떠나 검찰 총수의 도덕성 문제가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되는 데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대검 관계자는 "다양한 설이 나돌기는 했지만 사제단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없는 것을 없다고 증명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지만 일단 해명에 주력하면서 상황을 주시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임 내정자가 고소를 해도 검찰이 수사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논란만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청와대는 '떡값 검사' 명단에 임 내정자가 포함됐다는 주장에 대해 "임 내정자가 '삼성 측으로부터 어떤 청탁이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없다'는 해명을 청와대에 보내왔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명단 발표가 있었지만 사실 관계나 명단의 신뢰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어느 쪽으로 단언할 수 없다. 속단할 수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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