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신입사원) 잡는 사이 집토끼(기존 사원) 놓칠라.’
기업들이 새 사원을 뽑는 데 쏟는 노력만큼이나 입사 1, 2년차 직원들을 지키기 위한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묻지 마 입사’를 했다가 ‘초고속 퇴직’을 하는 입사 초년병들이 증가하는 최근의 추세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당면한 공통된 고민.
인사 담당자들은 “새 식구를 맞고 돌아보면 애써 투자해 키워 놓은 원래 식구가 나가고 없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 입사 1주년 때 ‘돌 잔치’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855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입사 1년 이내 신입사원의 퇴사 비율은 30.1%에 이른다.
특히 기술 변화가 빠르고 인재 싸움이 치열한 정보기술(IT) 분야는 직원들의 이직이 활발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IT서비스 기업인 포스데이타는 올해 입사자 중 단 한 명도 잃지 않았다.
2001년 관련업계 최초로 멘터링 제도를 도입해 모든 신입사원에게 선배를 일대일로 붙여 주는가 하면, 매분기 말 사장이 참석하는 ‘신입사원의 날’을 만들어 직장 생활의 고충과 회사에 대한 건의사항을 꾸준히 들어온 효과를 본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입사한 50명 규모의 신입사원 전원을 최근 해외연수까지 보냈다.
가고 싶은 나라와 지역을 자유롭게 정한 뒤 해당 지역의 IT산업을 탐방하고 돌아온 이들은 회사와 자신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임베디드소프트웨어 전문 벤처기업인 MDS테크놀로지는 직원들에게 수시로 자잘한 감동 이벤트를 열어 적은 비용으로도 이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 회사가 신입사원의 입사 1주년 날 열어 주는 ‘돌잡이’ 행사. 아기들의 돌잔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이벤트는 반지 등 작은 선물의 내용을 종이에 적어 직원들에게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MDS테크놀로지는 대부분의 중소벤처기업이 신입사원 유출로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과 달리 입사 1년 내 퇴사자의 비율을 5% 미만으로 떨어뜨렸다.
증권업계 역시 개인의 성과가 중시되고 경쟁이 치열한 문화 때문에 신입사원의 퇴사와 이직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신입사원이 입사 1년을 맞는 연말경 동기들끼리 단합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1년차 직원들은 교외로 나가 동기들과 함께 찜질방에 가기도 하고 등산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각자 회사생활을 돌아보고 자신들의 문제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증권업계에서 느끼기 어려운 소속감과 친밀감을 맛본다고 한다.
웅진코웨이는 신입사원이 사장 및 임원들과 함께하는 ‘하이팅’이라는 연수를 운영하고 있다. 신입사원들은 칵테일 만들기, 승마, 바다낚시 등 프로그램을 직접 짜 임원들과 함께 즐기면서 회사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털어놓는다.
취업전문포털 인크루트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의 이직을 예방하려면 기업들은 평소에 이들의 고충과 적응상태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며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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