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사이클과 공간의 유연성
아파트 면적으로 보면 30, 40대에게 가장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자녀들의 활동 공간과 교육 공간이 가장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혼한 자녀들과 동거하게 된다면 아파트 내에 두 세대 간의 독립성이 요구된다. 그 자녀들이 독립하고 노부부만 남을 경우엔 자녀들이 사용했던 공간에 대한 효율적 대책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중대형(40∼50평형)을 기준으로 공간 변화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아파트 내부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한다.
현관을 기준으로 테라스(A)를 두어 전체 공간을 3 대 2로, 부모 공간과 자녀 공간으로 분리한다. 테라스를 빙 둘러 접이식 유리문을 설치해 이 두 공간을 연결 또는 분리할 수 있다. 두 세대가 동거할 때 이 테라스는 세대 간 프라이버시를 유지해 주며 내부 공간을 풍부하게 해 준다. 노부부만 거주할 때엔 예전 자녀들의 공간을 건강 취미생활, 재택근무 등을 위한 제3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세대분리 문(B)을 기준으로 독립세대로 매매하면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때 접이식 유리문은 벽으로 바꾸어 세대를 분리할 수 있고, 현관 공간을 재배치해 두 개의 독립세대 입구를 만들 수 있다.
실내 디자인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 생활 맞춤형 공간을 제시할 수 있다.
내부의 원형 식당 공간의 회전하는 벽체(C)는 필요에 따라 거실과 식당, 주방과 식당을 묶을 수 있는 가변형으로, 가족모임 등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경우 간단히 공간을 변형할 수 있다. 방과 방 사이의 회전하는 벽체(D)는 거실과 연결하여 서재나 인터넷존으로 사용해도 되고 침실과 연결해 부부의 사적인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벽 속으로 들어가는 세대분리 문(B)은 단일 세대의 경우, 벽에 넣어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하다 세대 분리 시엔 각 세대의 현관 역할을 하도록 한다. 이처럼 간단한 시스템만으로도 현재 주거 공간에서의 가변성은 실현될 것이다.
내벽이 구조와 연관된 현재 아파트의 공간 변형은 쉽지 않지만 내벽이 구조로부터 자유로운 철골구조의 아파트는 공간 변형이 가능하다.
중소형(30평형 이하)의 경우, 그림 E처럼 1개의 긴 벽체로 개인 공간과 공동 공간을 자유롭게 나눠 줌으로써 세대 간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 이 벽체는 곡선으로 구성하거나 수납 등 또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좀 더 자유롭게 상상해 보면 현관 수납 등 주거의 기본적인 부분이나 화장실 주방 등 배관과 관련된 벽체는 고정되지만 그 이외의 벽체는 자유로울 수 있다. 공간 변화 시 가장 문제가 되는 실내 가구 및 집기를 칸막이 벽체에 넣어 일체화하고 그 벽체는 상부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면 된다.
그렇게 되면 상황에 따라 필요한 방이나 공간을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거실에 많은 공간이 필요할 경우, 서재의 집기들을 벽체와 일체화한 후 그 벽체를 밀면 거실 공간이 확장된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쉽게 줄이고 사용하는 공간을 최대한 늘려 사용자의 체감 공간을 넓힐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아파트 시장은 세계에서도 그 수준을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생활환경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 눈요기식 치장에 치우치면서 소비자에게 큰 비용 부담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현실을 직시하고, 삶의 터전을 지속적으로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평면구성의 기본부터 다시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장순각 건축가·한양대 교수
:필자 약력:
※ 본보에 소개된 아파트 설계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필자 명단:
① 서현 (한양대 교수) ② 장윤규 (국민대 교수) ③ 정욱주 (서울대 교수) ④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⑤ 장순각 (한양대 교수) ⑥ 김승회 (서울대 교수) ⑦ 김광수 (이화여대 교수) ⑧ 최욱 (스튜디오 ONE O ONE 대표) ⑨ 신혜원 (lokaldesign 대표) ⑩ 최문규 (연세대 교수)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1〉 마당, 아파트로 들어오다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2〉S라인,댄싱 아파트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3〉1층의 혁명 - [아파트 변혁을 꿈꾸다]〈4〉한옥 아파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