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대량 미분양이 발생하자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쏟아낸 반응이다. 미분양 사태는 높은 분양가 때문이고, 이는 건설사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사안의 한쪽 면만을 본 결과일 수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사들은 부채비율을 낮추라는 압력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토지를 사기 힘들어진 건설사들은 시행사라는 땅주인과 도급계약을 체결해 시공만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면 분양가는 누가 책정할까. 시공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시행사가 정한다. 시행사는 조금 무리다 싶더라도 가급적 분양가를 높게 잡는다. 반면 시공사는 공사비만 받으면 되는 데다 가급적 분양이 빨리 끝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한다.
시행사가 고(高)분양가를 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땅을 사서 인허가를 마치기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 수도 있기 때문에 그간의 금융비용을 모두 분양가에 전가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땅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분양가를 가급적 높게 받아야 최소한의 이익을 건질 수 있다는 하소연도 많다.
정부와 달리 민간 시행사는 강제 수용 방식이 아닌 협의매수를 통해 땅을 사들여야 한다. 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필지마다 땅값도 제각각이어서 평균 토지비가 공공택지보다 높게 마련이다. 서울에서는 땅값 비중이 전체 사업비의 70%에 육박하는 곳도 많다.
결국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가용 토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지 부족은 국토가 좁아서라 아니라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의 국토이용률은 6.1%로 영국의 14%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해마다 쌀이 남아도는데도 절대농지는 여전히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으며, 난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보존가치가 없는 그린벨트도 많다.
분양가를 낮추자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어떻게 낮출 건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비난할 대상부터 찾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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