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세청장에 한상률 차장 내정…‘국궁진력’ 화두로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한상률 국세청장 내정자(앞)가 차장으로 있던 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본청에서 지방청장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상률 국세청장 내정자(앞)가 차장으로 있던 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국세청 본청에서 지방청장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상률 국세청장 내정자는 국세청 안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조사통’이자 국세청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통 국세공무원’으로 꼽힌다.

1953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태안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서울지방국세청 법인세과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본청 조사국장 등을 지내며 세무조사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특히 본청 조사국장으로 있던 2005년에는 론스타 등 6개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실무를 총괄해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또 1999년부터 2년간 국세행정개혁기획단 총괄팀장을 지내면서 국세청 조직을 기능별로 개편하는 등 ‘혁신 마인드’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한 말투에 좀처럼 얼굴을 붉히는 일이 없어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일단 업무를 맡으면 저돌적으로 파고드는 경향도 있어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란 말을 듣는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된 다음 날인 8일 지방청장 회의를 열고 ‘국궁진력(鞠躬盡力)’이라는 화두를 내걸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궁진력은 청나라 황제 강희제의 좌우명으로 ‘섬기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국세청의 조직 쇄신 방안을 미리 제시한 셈이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조사통’답게 즉답을 피하고 암시를 자주 해 처음에는 좀처럼 속내를 파악하기 어렵고 지나치게 꼼꼼하다는 평가도 있다.

와인을 즐기고 취미는 탁구. 요즘은 달리기에 빠져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10km씩 뛴다.

부인 김신구(54)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으며 재산은 5억5600만 원(공직자 재산등록 기준).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내부 승진에 직원들 일단 안도

후임 차장, 오대식 서울청장-권춘기 중부청장 거론▼

한상률 국세청 차장이 내부 승진을 통해 차기 국세청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국세청 조직이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그동안 기강 확립과 조직 혁신을 위해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대대적인 ‘사정(司正) 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가 내부 승진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선(先) 안정, 후(後) 혁신’이라는 무난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다음 달부터 종합부동산세 징수가 예정돼 있고, 연말정산, 근로장려세제(EITC) 준비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한 차장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이 국세청에서는 많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조직 특성상 외부에서 청장이 들어오면 업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직원들과의 ‘화학적 결합’도 쉽지 않다”며 “한 국세청장 내정자가 국세청 내부 살림과 세무 행정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적임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 승진이라는 점이 오히려 국세청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외부 인사보다 더욱 적극적인 쇄신 방안과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국세청장 내정자가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해 일단 조직이 안정되면 강도 높은 혁신 작업을 벌일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한편 이번 국세청장 내정자 선임으로 고위급 간부들의 후속 인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장은 청장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은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한 국세청장 내정자의 행정고시 21회 동기인 오대식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권춘기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차기 차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국세청장 취임 시기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어 고위 간부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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