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인측도 긍정적 반응… 수사 물꼬 트일수도
본부장은 사시 20, 21회 고검장 검사장 가능성
검찰이 15일 ‘특별수사·감찰본부’ 카드를 꺼낸 것은 정치권의 삼성 비자금 특검 공세에 적극 대응하려는 자구책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특검이 실제 도입되면 본부의 활동은 중단되거나 일부 존속하더라도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누가 본부장을 맡든 검찰총장 내정자에 대한 수사 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얻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검찰 “뭐라도 해야지”=특검제 도입을 가시화하고 있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고발인 측이 협조를 거부해 수사가 난항에 부닥친 상황에서 바로 특검이 도입된다면 검찰의 무력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검찰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대검 고위 간부는 “정말 특검이 도입될지, 도입되면 언제부터 활동할지 확실치 않은데 검찰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으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적어도 특검이 도입되기 전까지라도 검찰로서는 최선을 다해 수사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보여 줘야 하고, 이를 위해 ‘특별수사·감찰본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와 이귀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정조준해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수부에 수사를 계속 맡겨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도 특별수사·감찰본부를 설치하게 된 원인이다.
고발인 측도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 구성 방침을 일단 환영했다. 참여연대 측은 “독립 수사팀 구성 요구를 검찰이 수용하기로 한 만큼 수사의 공정성 확보 의지만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조사에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은 과제는 본부장 인선 문제. 사법시험 20, 21회 출신의 고검장이나 검사장 중에서 본부장을 임명할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이 이른바 ‘떡값 검사’ 전체 명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자칫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검찰 나름대로 검증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 측이 전체 명단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본부 구성=검찰이 ‘제 식구’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야 하는 독립적인 특별수사·감찰본부를 설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에 당시 임휘윤 부산고검장, 임양운 광주고검 차장, 이덕선 군산지청장 등 고위 검사들과 이 씨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은 한부환 대전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감찰본부를 구성해 조사를 벌였다.
특감본부는 최종 결과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 보고했을 뿐 수사 과정은 일절 보고하지 않았다. 결국 임 고검장과 임 차장은 사표를 냈고 이 지청장은 직권남용으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1999년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때에는 당시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이훈규(현 인천지검장)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중심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이때에도 검찰은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지휘부가 수사 진행에 관해서는 일절 보고를 받지 않고 지휘도 하지 않도록 했다.
▽특검 도입되면?=그동안 6번의 특검이 실시됐을 때 검찰은 특검법이 정한 대로 수사 자료를 모두 특검에 넘겨주고 수사를 중단했다. 이번에도 특검법안이 통과돼 특검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면 특별수사·감찰본부는 모든 자료를 넘겨주고 해체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특검 수사 범위를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 감찰 부분은 계속 본부에서 맡게 될 개연성도 남아 있다.
특검이 활동 기간에 수사를 마치지 못한 사안은 다시 검찰로 넘어가 추가 수사를 하게 된다. ‘대북송금 특검’ 때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현대에서 150억 원을 받은 단서가 포착돼 검찰 수사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특검법안 정기국회내 처리 어려울 듯▼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공동으로 제출한 특검법안과 한나라당이 별도로 낸 특검법안은 21일로 예정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함께 상정될 예정이다. 그러나 두 법안의 수사 대상, 특검 기간 등 차이가 커서 하루 이틀 사이에 절충이 이루어져 올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23일 본회의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각 당의 분위기다.
특검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임시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23일 정기국회 폐회 일까지 마무리되지 않으면 12월 대선 후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2월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단발성’이 될 가능성이 높아 특검법안을 절충해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대통합민주신당 등 3당과 한나라당이 별도로 특검법안을 내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선이 끝나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와대에서 3당 특검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사 대상 등에 대한 조정을 요구하는 것도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올해 안에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내년에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는데 4월 총선 등의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이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이 끝나면 각 당은 곧바로 공천 심사 등 총선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합민주신당 등 3당과 한나라당이 절충해 청와대가 수용할 수 있는 특검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하지 않으면 특검법안 입법 자체가 물 건너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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