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한국은 비좁다” 아시아로 풍덩

  • 입력 2007년 11월 17일 03시 01분


《“동북쪽은 중국의 헤이룽장(黑龍江) 성, 서쪽은 카스피 해 인근, 남쪽은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강정원 국민은행장)

“인도 뉴델리 사무소를 개설하고 러시아 모스크바 현지법인을 설립해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에 나서겠다.”(박해춘 우리은행장)

시중 은행들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금을 빌려주거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대형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업 규모가 과거에 비해 커지는 추세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이 올해 8월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뒤 은행들의 해외 진출 시도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아시아 시장 선점 경쟁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 은행들이 아시아의 특정 국가에 처음으로 진출했거나 준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미 많은 은행이 나가 있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지역에선 이제 수익성을 더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현재 카자흐스탄 현지 은행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초 현지 유력 자문사와 용역 계약을 하고 인수대상 물색 및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은 중국 베이징(北京)에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해 교민, 중국인, 중국 기업을 상대로 예금 및 대출 업무를 하기로 했다.

15일에는 신한은행이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신한크메르은행’의 문을 열었다. 캄보디아 내 사회간접자본(SOC)과 대형 개발사업에 참여해 투자은행(IB) 관련 역량을 키울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은행인 ‘빈탕 마눙갈 뱅크’ 지분을 인수해 올해 말께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무리한 M&A 부담될 수도

전문가들은 시중 은행의 해외 진출을 환영하면서도 무리하게 M&A를 추진하면 중장기적으로 경영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의 해외 시장 관련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단독으로 현지 은행을 인수하면 대출 연체나 기업 부실에 따른 위험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 진출하기 전에 △현지 금융시장의 각종 규제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예상치 못한 차입 제한이나 인출 요구 등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은행들이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에 진출하면 대출 대상을 찾지 못하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금감위원장이 지난달 강연에서 “은행이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새로운 협력모델을 구축해 달라”고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대동 금감위 상임위원은 ‘최근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동향’ 자료에서 “은행 내부에 해외 점포를 전담하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대출 한도를 관리하고, 해당국의 리스크 수준을 수시로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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